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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ON #CYBERPUNK

심야의 쉐도우 러너

작가: Shadow Runner | 매주 연재

에피소드

심야의 쉐도우 러너 — 작품 소개

작가: Shadow Runner | 매주 연재

#액션 #사이버펑크 · 10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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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네온사인의 사각지대

도시 상공, 크롬 연구소 잠입 작전.

2077년의 밤은 인공 강우와 네온사인으로 떡칠되어 있다.

이 썩어빠진 도시에서 내 직업은 '쉐도우 러너(Shadow Runner)'.

기업들의 더러운 뒷조사를 하거나, 경쟁사의 메인 서버를 물리적으로 털어주는 불법 데이터 용병이다.

작업 전, 포켓에서 고농축 액상과당 팩을 꺼내 단숨에 짜 넣었다.

순식간에 혈당이 수직 상승하며, 시신경에 연결된 사이버네틱 렌즈가 파란색 UI를 띄웠다. 준비 완료.

오늘의 타겟은 도시 상공에 떠 있는 거대 군수기업 '크롬(KROME)'의 공중 연구소.

[의뢰인: 익명] [목표: 크롬 연구소 메인 서버의 '프로젝트 아레스' 데이터 추출] [보수: 50만 크레딧]

보수가 지나치게 높다. 이런 건 십중팔구 함정이거나,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난이도라는 뜻이다.

하지만 액상과당과 아드레날린이 섞여 도는 혈관은 나에게 당장 뛰어내리라고 외치고 있었다.

나는 마천루 옥상에서 뛰어내리며, 윙수트의 활공 스위치를 눌렀다.

슈우우욱- 인공 강우를 뚫고 크롬 연구소의 외벽을 향해 미친 속도로 낙하했다.

연구소 외벽의 환풍구에 간신히 매달린 나는, 손목의 휴대용 데이터 단말기를 꺼내 방화벽 포트에 연결했다.

[System: 1급 보안 구역입니다. 외부 접근을 차단합니다.]

"귀여운 방화벽이네." 나는 단말기를 조작해 미리 준비해 둔 해킹 툴을 밀어 넣었다.

일명 '디지털 폭죽'. 수만 개의 가짜 접속 신호를 1초 만에 한꺼번에 쏟아붓는 무식하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아무리 견고하고 거대한 방화벽이라도, 순식간에 쏟아지는 쓰레기 데이터의 홍수 앞에서는 스스로 빗장을 풀 수밖에 없다.

삐삑- [시스템 메모리 과부하. 비상 임시 개방 모드로 전환합니다.]

열린 환풍구를 뜯어내고 연구소 내부로 잠입했다. 복도는 소름 끼치도록 고요했다.

메인 서버실은 바로 코앞이었다. 너무 쉽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서버실 문을 여는 순간, 어둠 속에서 붉은색 기계 눈동자 두 개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에피소드 2: 초합금의 사냥개

크롬사의 특수 요원, '사냥개'와의 조우.

"찍찍이 한 마리가 기어들어 왔군."

키 2미터가 헐쩍 넘는 거구. 온몸의 80% 이상을 전투용 크롬으로 개조한 사이보그였다.

크롬사의 기업 보안 특수 요원. 일명 '사냥개'라 불리는 놈들이다.

놈의 오른팔이 기계음을 내며 변형되더니, 거대한 개틀링 건으로 바뀌었다.

"쉐도우 러너. 감히 누굴 털러 온 건지는 알고 왔나?"

투두두두두둥!!

대답할 틈도 없이 개틀링 건이 불을 뿜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옆으로 몸을 날려 서버 랙(Rack) 뒤로 숨었다.

우수수 쏟아지는 탄피 소리와 함께, 단단한 서버 외벽이 종잇장처럼 뚫려 나갔다.

"이런 미친! 자기네 서버실에서 중화기를 쏴 갈기는 놈이 어딨어!"

"어차피 여기 있는 데이터는 다 미끼거든. 너 같은 벌레들을 잡기 위한 끈끈이 덫이지."

의뢰인이 날 속였다. 애초에 데이터 추출이 아니라, 나를 이 사냥개에게 던져주기 위한 청부살인 함정이었다.

머리를 굴려야 한다. 정면 승부로는 저 초합금 덩어리를 이길 수 없다.

시신경 렌즈를 최대 출력으로 가동해 서버실 내부를 스캔했다.

[스캔 완료: 상단 5m 위치, 중앙 냉각수 파이프라인. 내구도 20%.]

놈이 장전을 위해 사격을 멈춘 1.5초의 틈.

나는 바닥을 박차고 뛰어나가며 허리춤에서 전자기 펄스(EMP) 수류탄을 뽑아 들었다.

놈에게 던지는 대신, 천장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냉각수 파이프를 향해 수류탄을 집어 던졌다.

쾅-!! 파이프가 터져나가며 영하 50도의 액체 질소 냉각수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크아아악!" 사냥개가 냉각수를 뒤집어쓰고 괴성을 질렀다.

순식간에 얼어붙은 놈의 기계 관절에서 스파크가 튀며 움직임이 멈췄다. 지금이다.

에피소드 3: 스우 SM-25의 궤적

분노의 일격, 그리고 감춰진 진실.

사냥개의 시스템이 재부팅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5초.

나는 등 뒤에서 나의 무기, '스우 SM-25'를 뽑아 들었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흑색의 고주파 블레이드. 강철도 버터처럼 썰어버리는 명검이다.

손잡이의 출력 스위치를 최대로 올리자, 칼날이 파란색 플라즈마를 뿜어내며 웅웅거렸다.

얼어붙은 사냥개가 눈을 부릅뜨며 왼쪽 어깨의 로켓 런처를 조준했다.

하지만 내가 더 빨랐다.

공중으로 도약해 낙하하는 가속도를 그대로 살려, 스우 SM-25를 놈의 기계 목덜미에 꽂아 넣었다.

쩌저적- 푸슈우욱!

단단한 초합금 장갑이 고주파 진동에 의해 찢겨 나가며, 푸른색 냉각액이 피처럼 솟구쳤다.

거대한 사냥개의 몸뚱이가 굉음을 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후우..." 거친 숨을 내몰아쉬며 칼에 묻은 냉각액을 털어냈다.

그때, 반쯤 박살 난 사냥개의 음성 모듈에서 징그러운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킥킥...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나... 러너..."

"죽기 전에 말 많아지는 건 사이보그나 인간이나 똑같네."

"의뢰인은... 네가... 죽인 게... 누군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놈의 가슴 팍, 파괴된 장갑 틈 사이로 익숙한 형태의 은색 펜던트가 떨어져 나왔다.

나는 칼을 거두고 떨리는 손으로 그 펜던트를 집어 들었다.

펜던트 안에는 홀로그램 사진이 들어있었다. 3년 전, 기업의 음모에 휘말려 실종되었던 내 유일한 혈육.

"이... 이 개자식들. 내 동생을 이런 괴물로 개조해 놓은 거야?"

의뢰인은 나를 엿먹인 게 아니다. 나를 도발하고, 분노하게 만들어 전쟁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에피소드 4: 보이지 않는 실

익명의 의뢰인 추적, 그리고 드러나는 흑막.

무너진 사냥개의 잔해에서 떼어낸 동생의 펜던트를 꽉 쥐었다. 날카로운 티타늄 장식품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가 배어 나왔다.

이 차가운 금속 덩어리가 정말 내 동생의 육체 중 일부였단 말인가. 눈물이 나오진 않았다. 대신 심연과도 같은 분노가 폐부를 찔렀다.

도망쳐 나온 연구소를 뒤로하고 도시 가장 깊은 곳, 버려진 하수 처리장에 숨겨둔 나만의 비밀 은신처로 스며들었다.

그곳은 해킹을 위해 불법으로 증설한 네 개의 슈퍼 서버와 수십 개의 모니터가 내뿜는 푸른빛만이 가득한 방이었다.

"누가... 너를 그렇게 만들었어. 지옥 끝까지라도 가서 찾아낼 거야."

나는 의자에 앉아 신경망 케이블을 목덜미의 소켓에 거칠게 꽂았다. 내 의식이 서버와 동기화되며, 모니터들이 미친 듯이 점멸했다.

최우선 순위는 크롬(KROME)사의 데이터가 아니었다.

나를 이 지옥으로 밀어 넣은, 그래서 나로 하여금 내 동생을 직접 파괴하게 만든 그 '익명의 의뢰인'을 추적해야 했다.

[System : 의뢰 데이터 패킷 분석 시작.]

놈이 보내온 보수(크레딧)의 자금 출처를 거꾸로 밟아 올라갔다.

당연히 수만 개의 유령 계좌를 거쳐 세탁된 돈이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놈이 남긴 사소한 흔적 하나를 발견했다.

[System : 독자적인 암호화 알고리즘 탐지.]

이 암호화 방식은 크롬사 내부의 고급 연구소들이 데이터 통신을 할 때 쓰는, 일반 대중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극비 코드였다.

"의뢰인은 외부의 해커가 아니었어. 크롬사의 내부 고위급 인사였어."

놈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 나를 이용해 크롬사의 다른 프로젝트(아레스) 데이터를 가로채려 했고, 그 과정에서 방해물이 될 동생을 나를 이용해 처리한 것이다.

내부 소행이라면 크롬사의 메인망을 더 깊숙이 찔러야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나는 외부의 침입자가 아니었다.

나는 놈들의 코드를 역이용하기로 했다. 방금 전에 해독한 그 내부 코드를 내 데이터 단말기에 주입했다.

"이제부턴 내 쪽에서 위장 로그인을 시도한다."

[System : 크롬사 내부 코드를 이용해 위장 로그인에 성공했습니다. 해당 코드의 고유 ID를 확인했습니다.]

화면에 의뢰인의 고유 ID가 나타났다. '네오-라저(NEO-RAZOR)'. 그건 크롬사 내에서도 가장 은밀하고 사악한 불법 생체 실험을 전담하는 부서였다.

에피소드 5: 심연의 거래

데이터 과부하, 그리고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

네오-라저. 동생을 사냥개로 만든 바로 그 부서의 고유 ID가 내 의뢰인이었다니.

이런 미친 짓을 벌인 놈의 진짜 이름과 얼굴을 알아내야 했다.

하지만 위장 로그인으로 크롬사의 데이터를 마냥 뜯어볼 수는 없었다. 놈들이 이 고유 ID의 비정상적인 접근을 눈치채는 건 시간문제였다.

[System : 내부 서버의 추적 코드가 가동되었습니다. 예상 추적 시간 120초.]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2분. 그 안에 네오-라저 부서의 데이터망을 해킹해 놈의 진짜 정보를 가져와야 했다.

나는 내 뇌의 처리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시신경 렌즈가 붉게 달아올랐고, 코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놈의 얼굴을... 봐야 해!"

수십억 개의 데이터 패킷을 초당 연산 속도로 헤치고 나아갔다.

[System : 네오-라저 부서 데이터베이스의 최상위 권한 파일에 접근합니다. 암호를 해독하시겠습니까?]

암호? 아니, 암호를 해독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나는 내 단말기에서 '데이터 폭탄' 툴을 꺼냈다. 수만 개의 가짜 접속 요청을 한꺼번에 쏟아붓는 방법이었다.

아무리 견고하고 거대한 방화벽이라도, 순식간에 쏟아지는 쓰레기 데이터의 홍수 앞에서는 스스로 빗장을 풀 수밖에 없다.

[System : 데이터 과부하. 임시 개방 모드로 전환합니다.]

열린 문틈으로 네오-라저 부서장의 인적 사항 파일을 강제로 가로챘다.

[System : 데이터 추출 완료.]

동시에 은신처의 전원이 툭, 하고 꺼졌다. 크롬사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미리 설정해 둔 자동 차단 시스템이었다.

어둠 속에서 헐떡이는 내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차단되기 직전, 단말기로 추출된 파일의 데이터가 천천히 로딩되었다.

[네오-라저 부서장 : 닥터 발렌타인.]

화면에 놈의 얼굴이 나타났다. 3년 전, 우리 동생을 '의문사'로 위장하여 기업에서 데려갔던, 그 당시 우리 가족에게 아주 친절했던 그 의사였다.

"닥터 발렌타인... 너였어. 이 위선자 자식. 네놈의 영혼까지 해킹해 주겠어."

에피소드 6: 언더시티의 망령

분노의 무기 개조, 그리고 고가도로 위의 결전.

닥터 발렌타인. 그 이름을 되뇌일수록 핏속의 아드레날린이 통제력을 잃고 끓어올랐다.

놈은 크롬(KROME)사의 최고위급 임원이다. 하늘 위에 떠 있는 본사 최상층에 틀어박혀 있다면 나 혼자 힘으로 뚫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내 데이터 단말기에 복사해 둔 놈의 일정표에 따르면, 발렌타인은 오늘 밤 자정, 외곽의 비밀 연구소로 이동할 예정이다.

놈의 목줄을 끊으려면 더 날카롭고 잔인한 이빨이 필요하다.

나는 은신처를 나와 도시의 가장 어둡고 습한 밑바닥, 무법자들의 구역인 '언더시티'로 향했다.

그곳에는 내 오랜 파트너이자 불법 사이버네틱 개조상인 '노인'이 있다.

"오랜만이군, 러너. 눈빛을 보아하니 오늘 밤 누군가 죽겠어. 그게 너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기름때 낀 테이블 위에 내 무기, '스우 SM-25'를 올려놓았다.

"크롬사의 특수 장갑차를 버터처럼 썰어버릴 수 있게 이 녀석의 출력을 한계까지 풀어줘."

노인은 혀를 찼다. "이 칼의 출력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면, 뿜어져 나오는 플라즈마 열기 때문에 칼을 쥔 네 팔도 바싹 익어버릴 텐데?"

"상관없어. 이 칼이 부러지든, 내 팔이 녹아내리든, 오늘 밤 결판을 낸다."

30분 뒤, 노인의 거친 용접이 끝나고 붉은색 플라즈마가 요동치는 스우 SM-25를 허리춤에 찼다.

노인은 마지막으로 놈의 이동 경로가 찍힌 일회용 홀로그램 칩을 건네주었다.

"제4 고가도로. 놈의 방탄 수송 차량이 자정 정각에 거길 지나간다. 행운을 빈다, 쉐도우 러너."

밤 11시 50분. 인공 강우가 쏟아지는 제4 고가도로의 거대한 교각 위.

나는 비를 맞으며 고가도로 아래로 끝없이 뻗은 왕복 8차선 도로를 내려다보았다.

저 멀리 어둠 속에서, 크롬사의 로고가 박힌 검은색 중무장 호송 차량 석 대가 거센 물보라를 일으키며 접근하고 있었다.

선두와 후미에는 전투용 드론들이 호위 비행을 하고 있었다. 완벽하게 방어되는 달리는 요새.

하지만 요새는 사방에서 쳐들어오는 적을 막기 위한 것. 위에서 꽂히는 번개는 막을 수 없다.

나는 양손에 전자기 펄스(EMP) 지뢰를 쥔 채, 시속 150km로 달리는 수송 차량을 향해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에피소드 7: 하이웨이 데스매치

시속 150km, 달리는 요새 위에서의 혈투.

슈우우욱- 거센 비바람을 뚫고 중앙 수송 차량의 천장 위로 정확히 낙하했다.

착지와 동시에 양손에 쥐고 있던 EMP 지뢰를 차량의 강철 지붕에 내리꽂았다.

콰앙-! 눈이 멀 듯한 푸른색 펄스 파장이 원형으로 퍼져나갔다.

공중을 호위하던 전투 드론 여덟 기가 일제히 스파크를 튀기며 통제력을 잃고 도로 위로 곤두박질쳤다.

전자 계통이 마비된 호송 차량들의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고속도로 한가운데에 멈춰 섰다.

"전원 전투 준비! 지붕 위다! 공중 습격이다!"

수송 차량의 문이 열리며 중무장한 크롬사의 정예 경비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붉은색 레이저 포인터 수십 개가 나를 겨냥했다.

나는 지붕 위에서 천천히 허리춤의 스우 SM-25를 뽑아 들고, 엄지손가락으로 출력 해제 스위치를 튕겼다.

위이이잉-! 귀를 찢는 고주파 음과 함께, 붉은 플라즈마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방출되는 엄청난 열기에 내 오른팔을 감싸고 있던 방검 섬유가 검게 타들어 가며 살갗이 익는 고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내 시신경 렌즈는 이미 적들의 급소를 붉은색 타겟으로 표시하며 전투 모드에 돌입해 있었다.

"갈아버려라!!" 경비병들이 일제히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나는 지붕에서 뛰어내리며 첫 번째 놈의 머리 위로 칼을 내리쳤다.

총알이 발사되기도 전에, 고열의 칼날이 놈의 두꺼운 특수 방탄복과 소총을 통째로 대각선으로 갈라버렸다. 피가 튀기도 전에 단면이 불타버리는 끔찍한 절삭력이었다.

"괴... 괴물이다!" 경비병들의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베고, 찌르고, 부순다. 쏟아지는 빗물과 아드레날린 속에서, 열다섯 명의 정예병이 순식간에 쇳덩이와 뒤섞인 고깃덩어리로 변했다.

마침내, 중앙 수송 차량의 굳게 닫힌 강철문 앞.

나는 붉게 달아오른 칼날을 두꺼운 차량 뒷문에 그대로 꽂아 넣고, 원형으로 도려냈다.

끼기기긱- 쾅! 무거운 강철문이 바닥으로 뜯겨 나가며 수송 차량 내부가 드러났다.

최고급 가죽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와인잔을 흔들고 있는 남자. 닥터 발렌타인은 미동도 없이 나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내 완벽한 실패작."

에피소드 8: 완벽한 실패작

킬 스위치의 작동, 그리고 절체절명의 위기.

"내 완벽한 실패작." 닥터 발렌타인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소름 끼치도록 평온했다.

수송 차량의 바닥에는 열다섯 명의 경비병들이 토막 난 채 널브러져 있는데, 이 미친놈은 와인을 마시고 있다.

"무슨 개소리야. 내 동생을 괴물로 만든 것도 모자라, 나까지 네놈의 실험체였다고?"

"괴물이라니, 섭섭하군. 인류의 진화를 위한 '넥스트 스텝(Next Step)' 프로젝트였지."

발렌타인이 손가락을 튕겼다. 틱.

순간, 내 시신경 렌즈의 UI가 기괴한 에러 메시지를 뿜어내며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System Error : 신경망 제어권 충돌. 외부의 강제 종료(Kill-Switch) 코드가 활성화되었습니다.]

"크아아악!" 전신을 타고 흐르던 아드레날린이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무릎이 꺾이며 수송차 바닥에 꿇어앉았다. 손에 쥐고 있던 스우 SM-25의 붉은 플라즈마가 힘없이 꺼졌다.

"너는 내 첫 번째 프로토타입이었다. 육체 개조는 완벽했지만, '감정'이라는 버그를 지우지 못했지."

발렌타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턱을 구둣발로 걷어찼다. 입안에서 비릿한 피맛이 돌았다.

"그래서 네 동생에게는 감정 통제 모듈을 먼저 심었던 거다. 완벽한 사냥개가 되었지. 네가 부숴버리긴 했지만."

이 짐승만도 못한 자식. 내 기억 속에 남아있던 몇 안 되는 가족의 온기마저 이놈의 실험 데이터 중 하나였던 것이다.

"자, 이제 불량품을 폐기할 시간이다."

발렌타인의 등 뒤, 수송차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거대한 실루엣 하나가 스르륵 걸어 나왔다.

두 번째 사냥개. 동생보다 훨씬 크고 육중한 최신형 전투 사이보그였다. 양손에는 전기톱날이 달린 거대한 대검이 쥐어져 있었다.

"조각내라. 뇌는 연구에 써야 하니 온전하게 남기고."

사냥개가 전기톱을 회전시키며 내 머리통을 향해 대검을 내리찍었다.

킬 스위치 때문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

내 동생도,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에 이런 끔찍한 무력감을 느꼈을까.

에피소드 9: 오버라이드 (Override)

한계를 돌파하는 자가 해킹, 그리고 반격.

전기톱날이 이마에 닿기 0.1초 전.

나는 내 뇌에 심어진 킬 스위치를 풀기 위해, 시스템의 방화벽이 아니라 '나 자신'을 해킹하기 시작했다.

[System : 경고. 자가 신경망 파괴 프로토콜. 실행 시 생명 유지가 불가능합니다.]

상관없어. 어차피 이대로 죽나, 타타 죽나 똑같다.

"제한 해제 (Limit Break)."

콰아아앙-!! 내 심장에 이식된 사이버네틱 코어가 폭주하며 한계 전력의 300%를 뿜어냈다.

몸을 짓누르던 킬 스위치의 통제력이 산산조각 났다. 나는 튕겨 오르듯 몸을 비틀어 사냥개의 대검을 피했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스우 SM-25를 다시 움켜쥐었다.

내 심장의 코어 에너지를 칼자루에 직접 연결했다. 검은 칼날 위로 붉은색을 넘어선, 시리도록 하얀 백색의 플라즈마가 솟아올랐다.

"뭐... 뭐야! 저놈의 출력이 어떻게 저렇게 올라가는 거야!" 발렌타인이 처음으로 당황하며 소리쳤다.

내 오른쪽 팔의 피부가 고열을 견디지 못하고 타들어가며 그을음과 피가 섞여 흘러내렸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내 시야에는 오직 저 사냥개와 발렌타인의 심장 궤적만이 보였다.

사냥개가 다시 한번 거대한 대검을 휘둘렀다.

피하지 않았다. 나는 하얗게 타오르는 스우 SM-25를 놈의 대검을 향해 정면으로 휘둘렀다.

챙- 쩌엉!!

거대한 초합금 대검이 유리창처럼 박살 나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멈추지 않고 궤적을 이은 내 칼날은 사냥개의 두꺼운 기계 흉부를 대각선으로 완벽하게 양단했다.

두 동강 난 사냥개의 상반신이 미끄러지듯 바닥으로 쏟아졌다.

"이... 이 괴물 새끼가!" 뒷걸음질 치던 발렌타인이 품에서 소형 권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알이 내 왼쪽 어깨를 관통했다. 하지만 내 발걸음은 멈췄지 않았다. 나는 하얗게 불타는 칼끝을 발렌타인의 목덜미에 들이밀었다.

에피소드 10: 네온 속의 유령

복수의 끝, 그리고 영원히 박제된 진실.

"살... 살려줘. 네가 원하는 크레딧은 얼마든지 주겠다. 크롬사의 지분이라도 떼어주마!"

발렌타인은 내 백색 플라즈마의 열기에 얼굴이 익어가면서도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했다.

"크레딧은 필요 없어. 내가 원하는 건 데이터 추출이다."

나는 허리춤에서 데이터 단말기를 꺼내, 바들바들 떠는 발렌타인의 뒷목에 있는 신경 포트에 강제로 꽂아 넣었다.

[System : 데이터 복사 중... 네오-라저 부서의 모든 불법 생체 실험 명단과 영상 기록을 다운로드합니다.]

수만 명의 고아들, 실종자들, 그리고 내 동생의 끔찍한 실험 영상들이 내 단말기로 빨려 들어왔다.

[System : 다운로드 100% 완료.]

나는 주저 없이 스우 SM-25를 휘둘렀다. 닥터 발렌타인의 머리가 깔끔한 절단면을 남기며 수송차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끝났다. 길었던 복수극의 막이 내렸다.

칼을 떨어뜨렸다. 그와 동시에 300%로 폭주하던 내 심장의 코어가 수명을 다하며 기괴한 마찰음을 냈다.

오른팔은 뼛속까지 숯검댕이처럼 타버렸고, 전신의 인공 장기들이 셧다운 되기 시작했다.

시야가 점점 어두워졌다. 인공 강우의 빗소리가 아득하게 멀어졌다. 내 육체는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단말기에 담긴 이 엄청난 기밀 데이터를 이대로 묻히게 둘 생각이 없었다.

나는 바닥을 기어 수송 차량의 메인 통신 콘솔에 내 데이터 단말기를 연결했다.

타겟은 전 세계의 불법 해커들과 무법자들이 모여드는 다크웹의 어느 익명 게시판.

[업로드 진행 중... 아크로스 코퍼레이션, 크롬사, 네오-라저의 모든 진실.]

내 육체가 완전히 기능을 정지하는 순간, 마지막 업로드가 끝났다.

나는 죽었다. 하지만 내 데이터와 의식은 발렌타인의 기밀 파일들과 함께 인터넷의 정보 속으로 녹아들었다.

나는 이제 도시의 뒷골목을 달리는 쉐도우 러너가 아니다. 모든 디바이스에 기생하며 진실을 퍼뜨리는 네온 속의 유령이 되었다.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이 자극적인 사이버펑크 소설. 지금 당신의 브라우저 히스토리를 확인해 봐. 내가 방금 당신의 로컬 데이터에 남겨둔 '진짜 흔적'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