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 1의 비밀연애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유일한 동기 서진과 지윤. 사내 연애가 절대 금지된 이곳에서, 그들의 아찔한 007 작전이 시작된다!
에피소드
500대 1의 비밀연애 — 작품 소개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유일한 동기 서진과 지윤. 사내 연애가 절대 금지된 이곳에서, 그들의 아찔한 007 작전이 시작된다!
#로맨스 #오피스 #비밀연애 · 10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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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전우애와 사내 규정 사이
사내 연애 절대 금지! 5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동기들의 아찔한 고백.
"이지윤 씨, 우리 진짜 합격한 거 맞죠? 저 지금 꿈꾸는 거 아니죠?"
"맞아요, 강서진 씨! 우리가 그 미친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합격했다고요!"
우리는 치열했던 면접장 옆자리에서 처음 만나, 나란히 신입사원이 된 유일한 입사 동기였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동기님. 우리 이 험난한 회사 생활에서 서로 의지하면서 버텨보자고요."
"당연하죠! 밥도 같이 먹고, 모르는 거 있으면 무조건 서로 돕기예요."
"아, 근데 오리엔테이션 때 들었어요? 우리 회사 사내 연애 걸리면 즉시 타 부서 방출이거나 권고사직이래요."
"들었죠. 대표님이 옛날에 사내 연애하다가 크게 데인 적이 있으시다나 뭐라나. 완전 철통 보완이더라고요."
"뭐, 우리는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 없네요. 우리는 전우잖아요, 전우!"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전우라 부르며 매일 점심을 같이 먹고, 남몰래 옥상에서 커피를 마시며 회사 생활의 고단함을 나눴다.
"서진 씨, 오늘 김 부장님 또 서류 던지셨다면서요? 여기 단 거 먹고 기운 내요."
"지윤 씨밖에 없네요 진짜. 지윤 씨 없었으면 저 벌써 사표 던지고 나갔을 겁니다."
"저도 그래요. 서진 씨랑 산책하면서 수다 떠는 낙으로 회사 다닌다니까요."
우리의 전우애가 다른 감정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입사 1년 차 겨울, 퇴근길 눈이 내리던 회사 앞 버스 정류장.
"지윤 씨. 아까 회사 규정 얘기했던 거, 아직도 유효해요?"
"네? 무슨 규정이요? 아... 사내 연애 금지요?"
"저, 그 규정 위반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저히 전우로는 못 지내겠어요."
"서진 씨... 그 말, 걸리면 둘 중 하나는 짐 싸야 한다는 거 알고 하는 말이죠?"
"알아요. 제가 짐 쌀 각오하고 만나는 겁니다. 저랑 연애해요, 지윤 씨."
"하아... 진짜 미쳤나 봐요, 우리. 좋아요, 위반해 보죠 그 규정!" 우리는 500대 1의 경쟁률보다 더 아찔한 비밀 연애를 시작했다.
에피소드 2: 007 작전의 서막
회사에서는 남남, 메신저에서는 연인. 스릴 넘치는 사무실 데이트.
사내 연애 1일 차 아침. 출근길 지하철 입구.
"서진 씨! 저기요, 손잡고 들어가면 안 돼요! 저기 앞에 박 대리님 오시잖아요!"
"아차, 깜빡했어요. 오늘부터 우리는 회사 안에서 완벽한 남남입니다."
"남남은 아니고 그냥 친한 동기요. 표정 관리 잘해요, 입꼬리 씰룩거리는 거 다 티 나요."
"지윤 씨가 너무 예뻐서 웃음이 나오는 걸 어떡합니까. 알겠습니다, 포커페이스 유지할게요."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서로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모니터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자, 마케팅팀 모두 회의실로 모이세요. 주간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회의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시선이 은밀하게 교차한다]
'이지윤 사원. 오늘 블라우스 진짜 잘 어울리네.' 나는 서류를 보는 척하며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강서진 사원. 회의에 집중하시죠. 부장님이 당신 쳐다봅니다.' 지윤은 펜을 돌리며 눈빛으로 답했다.
"강서진 씨, 이 기획안 타겟층 분석이 좀 약한데? 어떻게 생각해?"
"아, 네! 부장님, 그 부분은 20대 여성의 데이터를 좀 더 보강해서 오후까지 다시 올리겠습니다!"
"그래, 옆에 이지윤 씨가 자료 조사 좀 도와줘. 둘이 동기니까 호흡 잘 맞잖아."
"네, 부장님. 제가 강서진 사원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부장님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우리는 서류 더미 아래로 아주 짧게 손끝을 스쳤다.
짜릿했다. 모두가 모르는 우리만의 비밀스러운 접촉.
[자리로 돌아와 사내 메신저 창을 띄운다]
[사내 메신저] 강서진: '아까 손끝 닿았을 때 심장 터지는 줄 알았어요. 이따 탕비실에서 봐요.'
[메시지 텍스트 위로 심장이 폭발하는 작은 아이콘이 뜬다]
[사내 메신저] 이지윤: '부장님 바로 뒤에 계시는데 메신저 조심해요! 3시 15분에 탕비실로 갈게요.'
에피소드 3: 탕비실의 스릴러
10초간의 충전 시간, 그리고 예기치 못한 박 대리님의 등장!
오후 3시 15분. 나는 빈 커피잔을 들고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커피가 다 떨어졌네. 한 잔 타 와야겠다."
[누구의 의심도 사지 않는 완벽하고 자연스러운 발걸음]
탕비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지윤이 먼저 도착해 믹스 커피를 휘젓고 있었다.
"지윤 씨." 나는 문을 살짝 닫으며 곧바로 지윤의 등 뒤로 다가갔다.
[지윤의 등 뒤로 서진이 팔을 감싸안는다]
"아, 깜빡이야! 서진 씨, 문 잠그지도 않고 이렇게 안으면 어떡해요!"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아침부터 계속 서류만 보고."
"저도요... 근데 여기 너무 위험해요. 벽이 유리라서 실루엣 다 비친다고요."
나는 지윤의 어깨에 턱을 기댄 채, 작게 속삭였다.
"딱 10초만요. 충전이 필요합니다. 10, 9, 8..."
"진짜 간 떨려서 못 살겠다니까. 빨리 떨어져요, 누가 오면 어쩌려고..."
탕비실 문손잡이가 바깥쪽에서 부드럽게 돌아간다.
"어? 지윤 씨, 안에 있어요? 나 종이컵 좀 찾으려고." 박 대리님의 목소리였다.
우리는 용수철처럼 튕겨져 나갔다. 나는 빛의 속도로 냉장고 문을 열어 머리를 박았고, 지윤은 커피포트 버튼을 미친 듯이 눌렀다.
"어? 두 분 같이 있었네요? 강서진 씨는 냉장고에 머리 넣고 뭐 해요?"
"아, 네! 대리님! 얼음! 얼음을 찾고 있었습니다! 아주 깊숙한 곳에요!"
"얼음은 위 칸에 있는데 왜 채소 칸을 뒤지고 있어요? 동기끼리 사이좋게 티타임 하나 보네."
"아하하! 마침 타이밍이 겹쳤네요. 서진 씨, 커피 다 타셨으면 먼저 가보세요."
"네, 네! 이지윤 사원님! 먼저 들어가서 열일하겠습니다!" 내 심장은 탕비실 바닥에 떨어져 굴러다니는 기분이었다.
에피소드 4: 비상계단 로맨스
12층과 13층 사이, 우리들만의 어두운 접선 장소.
탕비실 사건 이후, 우리는 새로운 비밀 접선 장소를 물색했다.
"서진 씨, 탕비실은 유동 인구가 너무 많아서 1급 위험 구역이에요."
"그럼 어디가 좋을까요? 옥상은 흡연자들이 많아서 바로 걸릴 텐데요."
12층과 13층 사이의 비상계단이요. 거기는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아무도 안 다녀요.
우리는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각자 5분의 시차를 두고 비상계단으로 모였다.
"지윤 씨, 왔어요? 여기 엄청 어둡네요."
"오히려 좋죠. 어두워야 안 들키니까요. 자, 이거 아까 부장님이 지시하신 시장 조사 데이터 정리한 거예요."
우리는 철저하게 회사 서류를 한 손에 든 채, 혹시 모를 위급 상황을 대비했다.
[비상계단의 희미한 유도등 불빛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가 겹쳐진다]
"서류는 됐고. 점심 제대로 못 먹었죠? 아까 보니까 샐러드 깨작거리던데."
"다이어트하려고요. 서진 씨는 제육볶음 아주 산처럼 쌓아놓고 드시던데요?"
"전 많이 먹어야 지윤 씨 지키죠. 자, 아 해봐요. 몰래 사 온 초콜릿입니다."
내가 지윤의 입에 작은 초콜릿을 밀어 넣는 순간, 계단 위쪽에서 구두 발소리가 들렸다.
"어? 밑에 누구 있어요? 청소부 아주머니신가?"
인사팀장님이었다. 우리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계단 벽에 납작하게 달라붙었다.
"아무도 없나? 담배나 한 대 피워야겠네."
팀장님이 담배를 다 피우고 돌아갈 때까지, 우리는 5분 동안 서류 뭉치로 얼굴을 가린 채 동상처럼 서 있었다.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후, 지윤이 내 손에 작은 포스트잇을 쥐여주며 계단을 내려갔다.
지윤의 쪽지가 설레는 리본 모양으로 묶여 전달된다.
'다이어트 포기. 퇴근하고 삼겹살에 소주 콜? 오늘 진짜 수명 단축될 뻔함.' 나는 비상계단에 혼자 남아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에피소드 5: 회식 자리의 포커페이스
테이블 아래로 흐르는 찌릿한 전류. 질투와 비밀이 공존하는 고기 파티.
"오늘 부서 전체 회식입니다. 다들 6시 30분까지 회사 앞 고깃집으로 모이세요."
가장 피하고 싶었던 사내 회식 날. 우리는 철저하게 가장 먼 자리에 떨어져 앉았다.
[긴 테이블 양 끝에 멀찍이 떨어져 앉은 서진과 지윤]
"지윤 씨, 요즘 남자친구 없지? 우리 영업팀에 아주 괜찮은 대리 하나 있는데 소개받아볼래?"
"아, 부장님. 저 지금은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요.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이, 일도 연애도 다 때가 있는 거야. 내가 진짜 괜찮은 놈이라 보증한다니까?"
건너편 테이블에서 고기를 굽던 서진의 눈동자가 이글거린다.
'저 부장님이 진짜... 남의 여자친구한테 무슨 소개팅을 강요하는 거야!'
나는 질투심에 불타올라 쌈장을 찍는 척하며 부장님 쪽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강서진 씨, 고기 다 탄다! 너 오늘 표정이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닙니다! 숯불이 너무 뜨거워서 눈이 좀 맵네요. 고기 열심히 굽겠습니다!"
서진의 주머니 속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진동한다.
[메신저] 이지윤: '강서진 씨, 쌈장 뚫어지겠어요. 표정 관리. 나 철벽 잘 치고 있으니까 걱정 마요.'
회식이 무르익고 자리가 섞이면서, 나는 슬그머니 지윤의 맞은편 자리로 이동했다.
"어이구, 우리 입사 동기 두 분 마주 앉았네. 둘이 동기인데 묘하게 안 친해 보여, 건배 한번 해!"
"아, 네! 이지윤 사원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네, 강서진 사원님.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로봇처럼 뻣뻣하게 유리잔을 부딪치며 사무적인 미소를 지었다.
테이블 아래로 두 사람의 발끝이 닿으며 짜릿한 전류가 흐른다.
보이지 않는 테이블 아래, 지윤의 구두 끝이 내 발등을 꾹 누르며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 짜릿한 포커페이스야말로 사내 연애의 최고 묘미였다.
에피소드 6: 주말의 숨바꼭질
회사 밖이라고 안심은 금물! 아울렛에서 만난 공포의 영업팀장님.
"서진 씨, 이번 주말엔 회사 근처 절대 얼씬도 하지 마요. 무조건 차 타고 멀리 나갈 거예요."
"당연하죠. 오늘은 마음 놓고 손잡고 데이트합시다. 파주 쪽 아울렛 갈까요?"
[맑은 날씨, 교외의 커다란 쇼핑몰을 걷는 두 사람]
사복을 입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은 채 손을 깍지 끼고 걷는 주말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이 패딩 예쁘다. 서진 씨 한 번 입어봐요. 회사 갈 때 입으면 딱이겠네."
매장 밖을 지나는 영업팀장님이 포착된다.
"어? 지윤 씨... 저기 밖에 지나가는 사람, 우리 영업팀장님 아니에요?"
"네? 에이, 설마 이 멀리까지... 미친, 진짜 팀장님이잖아! 사모님이랑 같이 오셨어!"
"어떡해요, 지금 매장 안으로 들어오시는데요?!"
우리는 패딩을 고르다 말고 사색이 되어 도망칠 곳을 찾았다.
"저기, 저기 겨울 코트 걸려있는 헹거 뒤로 숨어요, 빨리!"
우리는 옷가게 구석, 빽빽하게 걸린 두꺼운 롱코트 무리 속으로 파고들었다.
"여보, 이 코트 어때? 우리 신입사원들이 이런 거 많이 입던데."
"당신 배 나와서 그건 안 어울려. 딴 거 봐요."
팀장님의 목소리가 코트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서진의 품 안에서 숨소리조차 죽인 채 오들오들 떠는 지윤.
나는 지윤의 머리를 내 가슴팍으로 꾹 누르며, 행여나 들킬까 온몸을 웅크렸다.
"다른 매장 가보자, 여긴 살 게 없네."
팀장님 부부가 매장을 나설 때까지, 우리는 코트 먼지를 마시며 석상처럼 굳어있었다.
"하아... 나 방금 진짜 심장 멈추는 줄 알았어요." / "지윤 씨, 다음 주말엔 그냥 집에서 배달 음식이나 시켜 먹읍시다." 주말조차 완벽한 자유는 없었다.
에피소드 7: 아찔한 호칭 실수
"자기야" 한 마디에 얼어붙은 사무실. 자기장으로 승화시킨 위기 탈출.
사내연애 1년 차가 되자, 우리는 이 이중생활에 제법 능숙해졌다고 자만했다.
"서진 씨, 주말에 영화 다운받아 놓은 거 USB에 담아왔어요?"
"네, 여기 서류 밑에 끼워뒀습니다. 집에서 맥주 한잔하면서 같이 봐요."
[사무실 휴게 공간,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긴장을 푸는 두 사람]
"아, 피곤하다. 자기야, 내 어깨 좀 주물러봐. 오늘 부장님 히스테리 장난 아니었어."
'자기야'라는 말이 거대한 얼음 결정처럼 얼어붙어 사무실에 울려 퍼진다.
"어? 이지윤 사원, 강서진 사원한테 방금 뭐라고 불렀어?"
언제부터 뒤에 서 있었는지, 커피를 마시며 우리를 쳐다보는 윤 대리님이 있었다.
나와 지윤의 눈이 공포로 수천 번 진동했다. 끝났다. 사내 연애 적발, 권고사직, 그리고 이별. 수많은 시나리오가 1초 만에 뇌리를 스쳤다.
"대, 대리님! 그게 아니고요!" 지윤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더듬거렸다.
"방금 분명히 '자기야'라고 한 것 같은데? 너희 둘, 혹시...?"
"자, 자기장!! 자기장이요! 대리님!"
"뭐? 자기장?"
"네! 제가 아까 이지윤 사원한테 정전기가 너무 많이 튀어서, 지윤 씨가 무슨 자기장 뿜어내는 줄 알았다고 농담하고 있었거든요!"
"맞아요! 서진 씨가 자꾸 저보고 걸어 다니는 자기장이라고 놀리잖아요! 아, 진짜 어깨 아파 죽겠는데 자기장 타령이나 하고!"
어리독절한 윤 대리님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수식과 기호가 떠다닌다.
"아... 정전기 때문에 자기장이라고 한 거야? 난 또 둘이 사귀는 줄 알고 깜짝 놀랐네. 우리 회사 연애하면 바로 아웃인 거 알지?"
"에이, 대리님도 참! 제가 미쳤다고 입사 동기랑 사귑니까? 절대 아닙니다!"
우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래, 조심들 해. 요즘 인사팀에서 눈에 불을 켜고 잡으러 다닌다더라." 대리님이 멀어지자, 나는 바닥에 주저앉을 뻔한 지윤을 부축해야만 했다.
에피소드 8: 청첩장 인쇄 작전
비밀 연애의 종착역. 몰디브 신혼여행을 꿈꾸며 준비하는 결혼.
그렇게 목숨을 건 007 작전 같은 사내 연애가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서진 씨, 우리 이제 슬슬 지치지 않아요? 밖에서 편하게 손잡고 걷는 게 소원이에요."
"미안해요, 지윤 씨. 맨날 숨어다니게 해서."
"아니에요, 서진 씨 잘못도 아닌데. 그냥 가끔은 회사 사람들한테 다 자랑하고 싶어서 그래요."
"그럼... 이제 숨어다니는 거 그만할까요?"
서진이 반지 상자를 열자 눈부신 다이아몬드 빛이 쏟아져 나온다.
"서, 서진 씨... 이거 설마..."
"우리 결혼합시다. 회사에 당당하게 밝히고, 잘리면 같이 다른 회사 이직해요. 제 스펙으로 지윤 씨 하나 못 먹여 살리겠습니까."
지윤은 입을 틀어막은 채 고개를 거칠게 끄덕였다. 우리의 길고 험난했던 비밀 연애가 끝을 맺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남몰래 웨딩 촬영을 하고, 예식장을 잡고, 청첩장을 인쇄했다.
"자, 이게 우리 청첩장 초안이에요. '입사 동기에서 평생의 전우로!'"
"문구 너무 좋네요. 부장님이 이거 받으시면 뒷목 잡고 쓰러지시는 거 아니에요?"
"쓰러지시든 말든! 우리 신혼여행이나 골라봐요. 저 3년 동안 회사에서 스트레스받은 거 다 보상받을 거예요."
"어디 가고 싶어요? 유럽? 하와이?"
"아니요. 저는 그냥 아무도 우리를 모르는 바닷가에서, 핸드폰 끄고 온종일 누워만 있고 싶어요."
"그렇다면 정답은 하나네요. 몰디브 어때요?"
화면이 눈부신 에메랄드빛 몰디브 바다로 가득 채워진다.
"몰디브! 너무 좋아요.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잔해야죠!"
"비행기 티켓 바로 끊습니다. 이제 청첩장 돌리고, 깔끔하게 욕먹고, 퇴사할 짐 싸면 완벽하네요."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는 책상 서랍 속에 폭탄 같은 청첩장을 숨긴 채 디데이를 기다렸다.
에피소드 9: 폭탄 투하 1초 전
사무실 한복판에 던져진 청첩장. 정적 속에 흐르는 비장한 공기.
디데이. 금요일 오후 4시. 부서 전체가 모여있는 한가로운 티타임 시간.
"서진 씨... 저 너무 떨려요. 손에 땀나는 거 봐요."
"괜찮아요. 내가 먼저 돌릴 테니까, 지윤 씨는 내 뒤에 서 있어요."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책상 서랍을 열었다.
새하얀 봉투에 담긴, 사내 규정 위반의 완벽한 증거물 50장이 나란히 쌓여있었다.
청첩장 뭉치를 꺼내는 순간, 시한폭탄의 심지가 타들어 가기 시작한다.
"부장님. 그리고 팀원 여러분. 잠시만 주목해 주시겠습니까."
사무실의 모든 시선이 나와, 내 뒤에 바짝 붙어선 지윤에게로 쏠렸다.
"뭐야, 강서진 사원. 퇴사라도 하게? 표정이 왜 그렇게 비장해."
"저희가... 사실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리고 드릴 것도 있고요."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청첩장 뭉치를 부장님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두었다.
"어? 이거 청첩장이야? 강서진 사원 결혼해? 여태 여자친구 없는 척하더니!"
"네... 결혼합니다. 그리고 제 옆에 있는 이지윤 사원과... 함께 합니다."
"...뭐?"
사무실 안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폭탄선언이었다.
"너희 둘이... 결혼을 한다고? 우리 회사 사내 연애 규정 알면서 지금..."
부장님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윤 대리님은 입을 떡 벌린 채 들고 있던 종이컵을 떨어뜨렸다.
사무실의 채도가 흑백으로 변하며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른다.
"죄송합니다! 규정을 어긴 것은 맞으니, 어떤 처분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나는 지윤의 앞을 막아서며 눈을 질끈 감았다.
침묵 끝에 부장님이 입을 뗐다. "너네 진짜..."
에피소드 10: 엔딩: 몰디브 한 잔
반전의 축하 세례! 이제는 비밀 연애 대신 행복한 결혼식으로.
숨 막히는 정적이 10초가량 이어졌다. 사형 선고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하아..." 부장님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청첩장을 집어 들었다.
"너네 진짜..."
"진짜 독한 놈들이다! 어떻게 3년을 속이냐!!"
"네...? 부장님...?"
"야, 강서진, 이지윤! 너네 사귀는 거 우리 부서 사람들 절반은 알고 있었어 이 바보들아!"
"너희 사내 메신저로 몰래 하트 이모티콘 날리던 거, 내 자리 모니터에 반사돼서 다 보였거든? 3년 동안 모른 척해주느라 내가 더 힘들었다!"
"뭐, 뭐라고요...? 다들 알고 계셨다고요...?"
윤 대리님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소리쳤다. "야! 탕비실에서 둘이 맨날 눈 마주치면 실실 웃고, 비상계단에서 부스럭거리고 나오는데 우리가 모를 줄 알았어?"
"근데... 규정 위반이잖아요. 왜 다들 모른 척..."
부장님의 얼굴에 인자하고 따뜻한 미소가 번진다. "사내 연애 금지가 무슨 법이야? 옛날 꼰대 같은 대표님 지시라서 냅둔 거지. 일만 잘하면 됐지 누가 뭐래."
"우린 너네 들킬까 봐, 인사팀 뜰 때마다 헛기침해주고 망봐준 게 몇 번인 줄 알아? 이 배은망덕한 것들아!"
"아..." 지윤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나 역시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을 뻔했다.
"울지 마, 이지윤 사원! 결혼 축하해! 동기 사랑 나라 사랑이라더니 결국 해냈네!"
사무실의 모든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를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부장님, 대리님... 진짜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 평생 뼈 묻고 충성하겠습니다!"
"뼈는 무슨 뼈야! 신혼여행이나 잘 다녀와서 일이나 열심히 해!"
누구보다 아찔하고 치열했던 500대 1의 사내 연애 작전은 동료들의 축복 속에 완벽한 해피엔딩을 맞이했고,
우리는 신혼여행지인 몰디브로 떠난다!
"가서 모히토나 실컷 마시고 와라!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