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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충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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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ILLER #SCHOOL

숨막히게, 완벽한

에피소드

숨막히게, 완벽한 — 작품 소개

분홍빛 벚꽃 뒤에 숨겨진 서늘한 비밀.

#학원물 #스릴러 · 10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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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완벽한 그 애의 두 번째 폰

분홍빛 벚꽃 뒤에 숨겨진 서늘한 비밀.

5월의 햇살은 눈부셨고, 땀에 젖은 체육복을 입은 백도현은 청춘 드라마의 남주인공 그 자체였다.

전교 1등, 학생회장, 그리고 누구에게나 다정한 성격. 도현은 우리 학교의 아이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도현과 3년째 짝꿍을 하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여고생 강지우다.

"지우야, 나 물 좀 마시고 올게. 내 겉옷 좀 잠깐 부탁해!"

도현이 벤치에 허물을 벗듯 져지를 던져놓고 수돗가로 뛰어갔다.

그때였다. 도현의 져지 주머니에서 희미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지이잉- 지이잉-]

도현의 폰은 분명 지금 내 손에 들려 있었다. 체육 시간 전에 나보고 맡아달라며 주고 간 그의 아이폰.

그럼 주머니 안에서 울리는 이 진동은 뭐지? 투폰을 쓰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액정이 심하게 깨진 구형 스마트폰이 하나 잡혔다.

화면에는 이름 없는 번호로 문자가 와 있었다. [작업 완료했습니다.]

무슨 작업? 고등학생이 심부름센터라도 쓰나?

무심코 화면을 위로 쓸어 올리자, 잠금이 걸려 있지 않은 폰의 메인 화면이 열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갤러리 앱이었다. 섬네일에는 수백 장의 사진이 빼곡했다.

어차피 셀카나 게임 캡처 화면이겠지.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갤러리를 터치했다.

순간, 내 심장이 바닥으로 쿵 떨어졌다.

사진 속 피사체는 도현이 아니었다.

버스 뒷자리에서 조는 모습, 독서실에서 엎드려 자는 모습, 떡볶이를 먹다 입가에 소스를 묻힌 모습.

전부 나였다.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들.

스크롤을 아무리 내려도 끝이 없었다. 사진의 가장 첫 날짜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중학교 1학년 입학식 날이었다.

에피소드 2: 우연을 가장한 통제

과거의 조각들이 맞춰지며 드러나는 진실.

"지우야! 뭐 해?"

수돗가에서 돌아온 도현이 해맑게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나는 황급히 구형 폰을 져지 주머니에 쑤셔 넣고 어색하게 웃었다. "어, 아무것도 아냐. 폰 울리길래."

"아... 알람인가 보네." 도현의 눈빛이 찰나의 순간, 싸늘하게 가라앉은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과거의 기억들을 미친 듯이 되짚어 보았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작년 여름, 나를 지독하게도 괴롭히던 옆반 일진 무리.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학교 폭력 위원회에 얼굴도 모르는 익명의 제보가 들어가, 단체로 전학을 갔다.

올해 초, 나에게 끈질기게 고백하며 따라다니던 타학교 선배.

그 선배는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를 당해 전치 12주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하필 내가 고백을 거절하기로 마음먹었던 바로 전날 밤에.

그리고 그 모든 사건이 끝날 때마다, 내 옆에는 항상 나를 다정하게 위로해 주던 백도현이 있었다.

[작업 완료했습니다.] 도현의 폰에 와 있던 그 문자 메시지.

우연이 아니었다. 백도현은 내 주변의 모든 변수를 통제하고 있었다. 철저하게, 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다음 날 아침. 교실 문을 열자마자 도현이 내 자리 책상 위에 딸기 우유를 올려두고 있었다.

"일찍 왔네? 어제 잠 못 잤어? 눈 밑이 퀭하다."

다정한 목소리. 평소라면 설레었을 그 미소가 지금은 소름 끼치도록 무서웠다.

"어... 어제 악몽을 좀 꿔서."

내가 우유를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피하자, 도현이 내 귓가로 고개를 훅 숙였다.

"악몽? 그래서 새벽 3시에 깨서 스탠드 켜고 앉아 있었구나."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내 방 스탠드를 켠 건 맞다. 하지만 그걸, 커튼이 다 쳐진 내 방 밖에서 어떻게 안 거지?

에피소드 3: 곰 인형의 눈동자

일상 속에 침투한 감시의 눈.

"새벽 3시...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내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려 나왔다.

도현은 책상에 턱을 괸 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너 어제 늦게까지 카톡 접속 중이길래. 대충 찍은 건데, 맞았어?"

거짓말. 나는 어제 핸드폰 전원을 아예 꺼둔 상태였다.

학교가 끝날 때까지 나는 도현과 단 한마디도 섞지 않았다. 아니, 섞을 수가 없었다.

하교하자마자 집으로 달려온 나는 방문을 걸어 잠갔다.

방 안에 카메라가 있다. 백도현은 내 방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천장 조명, 책장 틈새, 컴퓨터 웹캠. 모든 곳을 뒤졌지만 수상한 것은 없었다.

지쳐서 침대에 주저앉으려는 순간. 내 베개맡에 놓인 커다란 갈색 곰 인형과 시선이 마주쳤다.

한 달 전, 내 생일날 도현이 직접 주문 제작했다며 선물해 준 인형.

나는 미친 듯이 곰 인형의 배를 갈랐다. 솜뭉치가 방안에 눈처럼 흩날렸다.

아무것도 없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미쳐버린 건가?

안도감과 허탈감에 곰 인형의 머리를 안아 드는 순간, 손끝에 차가운 유리 렌즈 같은 것이 만져졌다.

곰 인형의 오른쪽 눈알. 플라스틱 구슬인 줄 알았던 그 안쪽에서, 미세한 렌즈 하나가 검은 솜에 파묻힌 채 반짝이고 있었다.

초소형 와이파이 카메라.

렌즈의 방향은 정확히 내가 누워 자는 침대, 그리고 옷을 갈아입는 전신 거울 쪽을 향하고 있었다.

"아악!" 나는 카메라가 박힌 인형의 머리통을 벽에 집어 던졌다.

그 순간, 책상 위에 던져두었던 내 핸드폰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 백도현.

전화를 받지 않자, 이번엔 카톡 알림음이 연달아 울렸다.

[왜 던졌어, 지우야. 내가 기껏 만들어준 건데.] [문 열어. 집 앞이야.]

에피소드 4: 도어락의 비밀

밤공기를 가르는 불길한 방문객.

[문 열어. 집 앞이야.]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도현은 우리 집 주소를 모른다. 내가 알려준 적이 없으니까.

쾅! 쾅! 쾅! 현관문이 부서질 듯 흔들렸다.

"지우야, 나 화 안 났어. 대화 좀 하자." 문 밖에서 들려오는 한없이 다정하고 상냥한 목소리.

그 괴리감이 나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나는 황급히 현관문 앞으로 달려가 잠금장치가 제대로 걸려 있는지 확인했다.

그때, 문 밖에서 들려오던 두드림이 멈췄다.

대신, 낯익고 규칙적인 전자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삐- 삑- 삐- 삑-

우리 집 비밀번호는 내 생일이다. 도현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띠로리링- 경쾌한 소리와 함께 현관문 손잡이가 철컥, 하고 아래로 꺾였다.

"안 돼!" 나는 온몸을 날려 현관문을 밀어붙였다. 안전고리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안전고리 사이, 한 뼘도 안 되는 틈새로 도현의 서늘한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우야. 문 사이에 발 끼었어. 아파."

도현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문을 밀고 들어오려는 그의 힘은 끔찍할 정도로 집요했다.

"가! 당장 가라고! 경찰 부를 거야!" 나는 울부짖으며 틈새로 보이는 그의 발을 마구 걷어찼다.

도현의 미소가 천천히 지워졌다. 그가 틈새 사이로 손을 뻗어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경찰 부르면, 네 방에 있는 그 영상들. 내일 아침 전교생 단톡방에 올라갈 텐데."

나는 얼어붙었다.

"내일 학교에서 보자, 지우야. 도망치면 안 돼." 그 말을 끝으로 발소리가 멀어졌다.

에피소드 5: 완벽한 고립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잔인한 연극.

다음 날 아침, 나는 창백한 얼굴로 학교에 등교했다.

경찰에 신고해 봤자 내 방 영상이 퍼질 위험이 컸다. 먼저 내 편을 만들어야 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수민이를 옥상으로 끌고 갔다.

"수민아, 내 말 잘 들어. 백도현이 미친놈이었어. 내 방에 몰카를 설치하고..."

수민이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내 어깨를 토닥였다. "지우야. 도현 선배가 그러던데, 너 요즘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망상증 생겼다며."

"뭐? 아니야! 진짜라고!"

"도현 선배가 너 병원 예약도 알아보고, 우리 반 애들한테도 너 예민하니까 잘 챙겨주라고 부탁했어. 그런 완벽한 남친이 어딨니."

숨이 턱 막혔다. 도현은 이미 내 주변 사람들에게 '헌신적인 남친'과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여친'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놓은 것이다.

교무실로 달려가 담임 선생님을 찾았다.

"선생님, 백도현이 저를 스토킹하고 협박하고 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선생님은 안경을 밀어 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지우야. 도현이는 우리 학교 전교회장이야. 모범생 중의 모범생이라고."

"어제 네가 도현이한테 헤어지자고 떼쓰면서 자해하겠다고 협박했다는 얘기는 들었다. 도현이가 얼마나 울면서 네 걱정을 하던지."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백도현은 내 퇴로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절망감에 빠져 반으로 돌아온 내 자리에는, 어제처럼 예쁜 포스트잇이 붙은 딸기 우유가 놓여 있었다.

[우리 지우, 오늘도 사랑해. 남들한테 이상한 소리 하고 다니지 말고. ^^]

고개를 들자, 교실 맨 뒷자리에 앉아 있는 도현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환하게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완벽하게 고립되었다. 이 끔찍한 연극 무대 위에서 내 말을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증거가 필요하다. 이 완벽한 가짜의 껍데기를 부숴버릴, 확실한 물리적 증거.

어제 내가 잠깐 보았던 그의 두 번째 구형 폰. 거기에 모든 해답이 있다.

에피소드 6: 덫에 걸린 쥐

텅 빈 교실, 단 3분의 기회.

목요일 4교시. 3학년 전체 체육 시간.

도현은 항상 체육 시간에 져지 대신 반팔을 입고 나간다. 그리고 그의 가방은 늘 맨 뒷자리 사물함에 방치된다.

모두가 운동장으로 나간 텅 빈 교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도현의 가방 지퍼를 열었다.

교과서와 필통 아래, 검은색 파우치가 보였다.

파우치를 열자, 어제 보았던 그 액정 깨진 구형 폰이 나왔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비밀번호는 어제 확인한 대로 걸려 있지 않았다.

전원을 켜고 갤러리와 문자 메시지 보관함을 확인했다.

나를 몰래 찍은 수백 장의 사진, 심부름센터에 돈을 보내고 일진들과 타학교 선배를 '처리'하라고 지시한 끔찍한 대화 내역.

이것만 경찰에 넘기면, 백도현의 인생은 끝이다.

내 클라우드 앱을 켜고, 폰 안의 모든 데이터를 압축해 전송 버튼을 눌렀다.

[데이터 전송 중... 30%... 50%...]

제발 빨리, 조금만 더 빨리.

[데이터 전송 완료.]

됐다. 나는 안도감에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이제 이 폰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경찰서로 곧장 달려가기만 하면 된다.

파우치의 지퍼를 닫으려는 순간.

창문 밖에서 불어온 바람에 교실 뒷문이 스르륵 열렸다.

"지우야."

교실 문가에 서 있는 사람. 땀에 젖은 체육복 차림의 도현이었다.

"내 가방에서, 뭘 그렇게 재밌게 보고 있었어?"

에피소드 7: 통제된 고백

잠겨버린 교실, 도망칠 곳 없는 진실.

도현이 천천히 교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가 뒷문을 닫고 자물쇠를 걸어 잠그는 소리가 교실 안에 크게 울렸다.

나는 폰을 등 뒤로 숨긴 채 뒷걸음질 쳤다. "오... 오지 마!"

도현이 내 앞까지 다가와, 쭈그려 앉아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클라우드에 전송했어? 똑똑하네, 우리 지우."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근데 어쩌지. 네 클라우드 계정 비밀번호, 나랑 만난 100일 기념일이잖아."

도현이 자신의 메인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내밀었다.

화면에는 내 클라우드 저장소가 떠 있었고, 방금 전송된 폴더가 '휴지통에서 영구 삭제'되는 알림창이 보였다.

"안 돼..." 내 마지막 동아줄이 눈앞에서 불타 없어졌다.

도현이 내 손에 쥐여 있던 구형 폰을 부드럽게 빼앗아 바닥에 던진 뒤, 발로 무참히 밟아 부숴버렸다. 빠직-

"지우야, 나는 널 벌레들한테서 지켜주고 싶었어."

도현이 내 양뺨을 감싸 쥐었다. 그의 손은 지독하게 차가웠다.

"너를 귀찮게 하던 일진들, 찝쩍대던 쓰레기 선배. 내가 다 치워줬잖아."

"너한테 필요한 건 완벽한 환경이야. 그리고 그걸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이건 사랑이 아니다. 질 나쁜 사육이자 통제였다.

반항해 봤자 소용없다. 그는 나를 완벽하게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있었다.

살아남으려면, 이 미친놈의 연극에 장단을 맞춰야 한다.

나는 바들바들 떨며, 뺨을 감싼 그의 손등 위로 내 손을 포갰다.

"...알았어. 네 말이 맞아, 도현아. 내가 잘못했어."

내 굴복을 확인한 도현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끌어안았다. "착하다, 내 사랑."

에피소드 8: 거짓된 순종

인형의 미소, 그리고 아날로그의 반격.

그날 이후, 나는 백도현의 완벽한 '인형'이 되었다.

그가 사주는 옷을 입고, 그가 정해주는 시간에 밥을 먹고, 그가 정해주는 친구(수민이)하고만 대화했다.

도현은 기뻐했다. 자신의 통제력이 마침내 완벽하게 먹혀들었다고 생각했겠지.

내 방에 설치된 카메라는 여전히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

나는 방에 혼자 있을 때도 허공을 향해 다정하게 웃어주며 카메라에 뽀뽀를 날렸다. 도현이 가장 좋아하는 나의 모습.

그렇게 거짓된 순종의 시간이 한 달쯤 흘렀을 무렵. 학교 축제가 다가왔다.

전교회장인 도현은 축제 개막식에서 전교생을 상대로 연설을 해야 했다.

"지우야, 나 내일 연설할 때 많이 떨릴 것 같은데."

"걱정 마. 도현이 넌 완벽하니까 잘할 거야."

도현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속삭였다.

"내가 내일 축제 방송부 음향 스태프로 지원했어. 네 목소리, 내 손으로 제일 멋지게 틀어주고 싶어서."

"진짜? 역시 우리 지우밖에 없다."

도현의 눈빛에서 마지막 한 톨의 의심마저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디지털은 흔적을 남기고, 해킹당할 수 있다.

도현은 내 클라우드, 메신저, 통화 기록을 매일 검열했다. 그래서 나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축제 전날 밤. 나는 서랍장 가장 깊은 곳에 숨겨둔 물건을 꺼냈다.

아빠가 취재 기자 시절 쓰시던, 아주 오래된 카세트테이프 녹음기.

도현이 교실 뒷문을 잠그고 나를 겁박했던 그날. 클라우드 전송 버튼을 누르면서...

내 체육복 주머니 속에 숨겨둔 이 아날로그 녹음기의 버튼도 함께 눌렀다는 것을 도현은 몰랐다.

테이프를 재생하자, 잡음 사이로 도현의 소름 끼치는 고백이 선명하게 흘러나왔다.

"너를 귀찮게 하던 일진들, 찝쩍대던 쓰레기 선배... 내가 다 치워줬잖아."

에피소드 9: 방송실의 마이크

천여 명 앞에서의 폭로, 무너지는 완벽.

축제 당일. 대강당에는 전교생과 선생님들, 그리고 학부모들까지 천여 명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

나는 대강당 뒤편의 어두운 방송실에 앉아 메인 믹서를 잡고 있었다.

단상 위로 화려한 조명이 켜지고, 완벽하게 세팅된 교복 차림의 백도현이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등장했다.

마이크를 잡은 그가 전교생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곳곳에서 여학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자랑스러운 본교 전교생 여러분, 학생회장 백도현입니다."

나는 믹서에 연결된 구형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의 전원 플러그를 꽂았다.

"우리는 오늘 이 축제를 통해, 우리 학교가 얼마나 아름답고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인지 증명할..."

딸깍. 나는 도현의 마이크 볼륨 스위치를 0으로 확 내리고, 카세트 플레이어의 입력 스위치를 최대로 올려버렸다.

『지우야, 나는 널 벌레들한테서 지켜주고 싶었어.』

순간, 천여 명이 모인 대강당에 찬물을 끼얹은 듯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너를 귀찮게 하던 일진들, 찝쩍대던 쓰레기 선배. 내가 심부름센터 써서 다 치워줬잖아.』

단상 위에 서 있던 도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가 당황하며 마이크를 툭툭 쳤지만 소용없었다.

『너한테 필요한 건 완벽한 환경이야. 그리고 그걸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넌 영원히 내 통제 안에 있어야 해.』

"끄... 꺼! 저거 당장 안 꺼!!" 단상 위의 도현이 이성을 잃고 악을 썼다.

강당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비명을 지르는 학생들, 웅성거리는 학부모들.

나는 방송실 방음 유리 너머로,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쥐어뜯는 백도현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의 완벽했던 세계가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내 귀에는 세상 어떤 음악보다 달콤하게 들렸다.

나는 방송실 마이크의 전원을 켜고, 연습했던 가장 달콤하고 가식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 도현이, 완벽하니까 잘할 거야. 그렇지?"

에피소드 10: 도파민의 전이

괴물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전이될 뿐.

사건의 파장은 거대했다. 축제 개막식의 녹음본은 순식간에 SNS로 퍼져나갔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었다. 도현이 심부름센터를 고용해 학생들을 청부 폭행했다는 계좌 내역이 드러났다.

그의 부모님은 막대한 합의금을 물어주고 도현을 정신병원 폐쇄 병동으로 강제 입원시켰다.

학교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나를 의심했던 이들은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나는 완벽한 피해자이자, 불의에 맞서 싸운 용기 있는 여학생이 되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모두가 잠든 새벽 3시.

나는 스탠드 불빛 하나만 켜둔 채 책상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내가 몰래 숨겨둔 물건 하나가 놓여 있었다.

도현이 부숴버렸던 그의 두 번째 폰. 그리고 그 폰에서 뽑아낸 메인 메모리 칩.

나는 메모리 칩을 내 컴퓨터에 연결했다. 그 안에는 전교생의 비밀을 모아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살아있었다.

스크롤을 내리자 타인의 지독한 왕따 가해 증거, 비밀 연애 사진들이 모니터를 가득 채웠다.

도현은 미친놈이었다. 하지만 그가 왜 그렇게 타인의 약점을 쥐고 통제하려 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이 작은 칩 하나면, 이 학교의 누구든 내 발밑에 무릎 꿇게 할 수 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아드레날린이 혈관을 타고 폭주했다. 이건 두려움이 아니었다. 환희였다.

피해자로 사는 건 지루하다. 나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도현이 내게 지어주던 그 완벽하고 서늘한 미소와 똑같이.

도현은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끔찍한 괴물은 내 안으로 완벽하게 전이되었다.

나는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익명 게시판에 접속했다.

"자, 이번엔 누구의 목줄을 쥐고 흔들어 볼까."

스크롤을 내리며 숨죽여 지켜보고 있는 당신. 당신의 비밀은 안전할 것 같아?

[시스템 알림: 사용자의 웹캠 접근 권한이 승인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