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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ERY #THRILLER

펜은 꺾이지 않는다

에피소드

펜은 꺾이지 않는다 — 작품 소개

학보사 편집장의 죽음, 그리고 남겨진 다잉 메시지.

#미스터리 #스릴러 · 10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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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편집장의 마지막 기사

학보사 편집장의 죽음, 그리고 남겨진 다잉 메시지.

명성대학교 학보사 편집실. 2학년 수습기자인 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취재 자료 앞에서 눈을 비비고 있었다.

"이번 축제 예산 비리 기사, 무조건 1면에 싣는다. 타협은 없어."

내 머릿속에는 학보사 편집장, 백태경 선배의 단호한 목소리가 맴돌았다. 그는 우리 학교의 성역 없는 '미친개'로 불렸다.

그는 총학생회와 학교 측의 은밀한 뒷돈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단독 보도를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어젯밤부터 태경 선배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단톡방의 숫자 '1'은 지워지지 않았다.

기사 마감이 코앞이라, 나는 직접 선배가 숙식하다시피 하는 구관 동아리방으로 향했다.

동아리방 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틈새로 미세한 라디오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익숙하게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렀다. 학보사 창립 연도인 1987.

삐리릭- 문이 열리자마자 훅 끼쳐오는 서늘한 공기. 그리고 어두컴컴한 방안을 채운 모니터 불빛.

"선배? 태경 선배, 자요?" 나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 한가운데 위치한 낡은 책상. 그 앞에 태경 선배가 엎드려 있었다.

평소처럼 기사를 쓰다 잠든 것 같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모니터 화면에는 미완성된 기사가 떠 있었고, 방 안에는 기괴할 정도로 짙은 아몬드 향이 배어 있었다.

"선배." 나는 그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툭. 그의 힘없는 팔이 책상 아래로 미끄러지며, 마우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차갑다. 사람의 체온이 아니었다. 핏기가 가신 그의 입술은 푸르게 질려 있었다.

그의 책상 한구석에는 평소 즐겨 마시던 머그잔이 쓰러져 있었고, 검은 커피가 키보드 위로 말라붙어 있었다.

나는 숨을 헉 들이켰다. 성역을 파헤치던 천재 편집장이 죽었다.

그때, 절전 모드였던 듀얼 모니터가 마우스의 충격으로 인해 갑자기 켜졌다.

하얀 메모장. 그 위로 붉은색 폰트로 남겨진 단 한 줄의 문장. [진실은 장부 속에 있다.]

에피소드 2: 마지막 목격자

청산가리 중독과 완벽한 알리바이의 균열.

경찰이 도착하고, 학보사 동아리방은 순식간에 통제 구역이 되었다.

사인은 청산가리 계열의 독극물 중독. 머그잔 안의 커피에 독이 섞여 있었다고 했다.

형사들은 외부 침입의 흔적이 없는 점을 들어 내부인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 있는 내 옆으로, 부편집장인 서유라 선배가 창백한 얼굴로 다가왔다.

"이게 무슨 일이야... 태경 오빠가 왜..." 유라 선배는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나는 유라 선배를 힐끗 보았다. 그녀는 어제저녁 8시경, 태경 선배와 크게 다투는 걸 목격당한 사람이었다.

형사들도 그녀를 유력한 용의 선상에 올려두고 날카로운 질문을 쏟애내고 있었다.

하지만 유라 선배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사망 추정 시간인 새벽 2시, 그녀는 기숙사에서 룸메이트와 함께 있었다.

기숙사 출입 기록과 룸메이트의 증언이 그녀의 무고함을 증명하고 있었다.

경찰 조사를 마치고 임시 회의실로 돌아온 나는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누가, 왜 태경 선배를 죽였을까. 그가 파헤치던 총학생회 비리 때문일까?

나는 선배가 죽기 직전 모니터에 남겨둔 메모, '진실은 장부 속에 있다'는 말을 떠올렸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학보사 공용 클라우드 드라이브에 접속했다.

태경 선배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수정한 기사 초안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새벽 1시 45분. 사망 추정 시간 직전, 그가 서버에 올린 단 하나의 워드 파일이 눈에 들어왔다.

파일명 '축제_결산_초안.docx'. 평범한 비리 고발 기사처럼 보였다.

하지만 파일을 여는 순간, 나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기사의 내용은 엉망이었다. 문맥도 맞지 않고, 뜬금없는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평소 완벽주의자였던 그의 글이 아니었다.

나는 기사의 각 문단 첫 글자만 따로 떼어 읽어보았다. 세로 드립이었다.

[서 유 라 가 내 지 갑 을 훔 쳤 다] 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에피소드 3: 잘못된 덫

수면제와 독극물, 뒤섞인 의도.

기사 속에 숨겨진 메시지. 태경 선배는 유라 선배가 무언가를 훔쳤다는 사실을 알리려 했다.

지갑? 단순히 돈을 훔쳤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지갑 속에 든 무언가를 뜻하는 걸까.

만약 유라 선배가 도둑질을 들켜서 입막음을 위해 그를 독살한 거라면?

하지만 유라 선배의 알리바이는 기숙사 기록으로 완벽하게 증명되었다. 새벽 2시에 그녀는 현장에 없었다.

"유라 선배." 나는 회의실 구석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그녀에게 다가왔다.

내 부름에 그녀의 어깨가 흠칫 놀라며 튀어 올랐다.

"선배, 어제저녁에 태경 선배랑 크게 싸웠잖아요. 무슨 일이었어요?"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유라 선배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하늘아... 나 어떡해. 내가 진짜 미쳤었나 봐."

"무슨 소리예요?" 내가 다그치듯 묻자,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 사실 어제 오빠 커피에 수면제를 탔어."

독이 아니라 수면제라고?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최근에 학보사 공금 통장이 비는 걸 오빠가 눈치챘어. 내 짓인 줄 알고 나를 추궁했어."

"근데, 진짜 내가 한 게 아니야! 누군가 내 카드를 몰래 쓴 거라고!" 그녀의 억울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오빠는 내 말을 안 믿었어. 내일 당장 지도 교수님께 보고하겠다고 했지."

그래서 유라 선배는 태경 선배를 잠재우고, 그의 품(지갑)에서 공금 통장과 증거를 빼돌리기 위해 수면제를 탔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빠가 잠들고 나서 지갑을 뒤졌을 때, 통장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어."

유라 선배는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도망치듯 동아리방을 빠져나왔고, 그것이 어제저녁 8시였다.

유라 선배의 말이 사실이라면, 누군가 잠든 태경 선배의 커피에 다시 '진짜 독'을 탔다는 뜻이 된다.

에피소드 4: 두 명의 침입자

관찰자의 그림자와 다정한 총무 국장.

수면제를 먹고 쓰러진 태경 선배를 보고, 자연스럽게 독살로 위장한 진범이 따로 있다.

유라 선배에게 횡령의 누명을 씌우고, 그걸 알아챈 태경 선배마저 제거한 인물.

이 학보사의 내부 사정과 공금 통장의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나는 학보사 자금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을 떠올렸다.

"정지훈 선배..."

지훈 선배. 그는 학보사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다정하고 착한 총무 국장이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유라 선배의 카드를 몰래 사용해 공금을 빼돌릴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위치에 있는 사람도 그였다.

나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면 돌파는 위험하다.

그가 진범이라면, 태경 선배를 죽인 것처럼 나 역시 쉽게 해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평소처럼 태연하게 행동하기로 했다. 기지개를 켜고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실을 나설 때, 저 멀리서 지훈 선배가 커피를 타며 나를 향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하늘아, 수고했어. 충격이 클 텐데 너무 무리하지 말고 일찍 들어가."

"네, 선배님도 고생하세요."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

건물을 나와 걷는데, 내 스마트폰이 짧게 진동했다.

유라 선배였다. [도서관 3층 구석으로 와. 지훈 오빠에 대해 알아낸 게 있어.]

나는 발걸음을 재촉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인적이 드문 서가 구석.

유라 선배는 두꺼운 전공 책 사이에 무언가를 숨겨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지훈 오빠 캐비닛에서 몰래 훔쳐 온 보조 배터리야. 이 안에 초소형 녹음기가 숨겨져 있었어."

내가 그 배터리를 건네받으려는 찰나, 서가 너머로 뚜벅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가 우리 자리 바로 옆에서 뚝, 멈췄다.

에피소드 5: 관찰자

서가 너머의 눈빛, 녹음된 진실.

숨 막히는 정적. 유라 선배와 나는 숨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굳어버렸다.

"여기서 둘이 뭐 해?" 서가 너머에서 불쑥 고개를 내민 것은 다름 아닌 정지훈 선배였다.

그의 입가에는 특유의 서글서글한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안경 너머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아... 기사 관련해서 잠시 얘기 좀 하고 있었어요." 내가 재빨리 배터리를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변명했다.

"그래? 경찰 조사 때문에 다들 예민할 텐데, 일찍들 들어가."

지훈 선배는 내 주머니를 유심히 쳐다보는 듯하더니, 이내 몸을 돌려 사라졌다.

그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유라 선배가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우리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나는 그 길로 내 자취방으로 달려와 녹음기를 확인했다.

녹음기 안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건 당일 새벽 1시 50분경의 동아리방 소리.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또렷하게 녹음되어 있었다.

"태경아, 넌 너무 유도리가 없어." 지훈 선배의 목소리였다.

수면제에 취해 쓰러져 있는 태경 선배를 향해 혼잣말을 지껄이는 소리.

이어서 무언가 액체를 붓는 소리와 함께 둔탁한 금속음이 들렸다. 독을 타는 소리였다.

"지훈 선배가 진짜 범인이었어."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 녹음기만 경찰에 넘기면 모든 게 끝난다. 지훈 선배는 살인죄로 체포될 것이다.

하지만 그가 남겨둔 이 녹음기를, 과연 그가 몰랐을까?

그는 빈틈이 없는 사람이다. 자신의 살인 정황이 담긴 녹음기를 캐비닛에 방치할 리가 없다.

이건 함정이다. 내가 녹음기를 훔쳐 가길 바라고 일부러 흘린 미끼.

그때, 내 자취방 도어락이 띠릭- 하고 울렸다.

누군가 내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에피소드 6: 덫과 미끼

밤공기를 가르는 도어락 소리, 잠입.

띠릭, 띠리릭- 도어락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내 심장을 난타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방의 불을 끄고, 책상 밑으로 숨어 들어가 숨을 죽였다.

내 자취방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은 학보사 동기 몇 명뿐이다. 그리고 지훈 선배는 학생회 명부를 관리하며 우리의 주소를 다 알고 있다.

'비밀번호가 틀렸습니다.' 다행히 도어락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도어락이 열리지 않자, 문밖의 사람은 잠시 서성이는 듯하더니 이내 멀어지는 발소리를 냈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지훈 선배가 나를 시험하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내가 녹음기를 들고 경찰에 가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 순간 나를 유라 선배와 엮어 공범으로 몰아갈 계획이 틀림없다.

녹음 파일만으로는 결정적인 물증이 될 수 없다. 음성 변조라고 우기면 그만이니까.

그의 범행을 완벽하게 입증하려면, 그가 횡령한 '진짜 장부'와 독극물을 구매한 내역을 찾아야 한다.

다음 날 밤, 나는 결단을 내렸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

모두가 퇴근한 자정, 나는 텅 빈 학보사 사무실에 잠입했다.

목표는 지훈 선배의 개인 캐비닛과 그의 데스크톱 컴퓨터.

나는 손전등을 입에 물고, 미리 준비해 온 철사로 그의 서랍 자물쇠를 조심스럽게 따기 시작했다.

딸깍- 소리와 함께 서랍이 열렸다.

가장 밑바닥, 이중으로 덧대어진 합판 아래에 두꺼운 검은색 수첩이 숨겨져 있었다.

장부였다. 학교 예산을 빼돌려 개인 계좌로 세탁한 모든 내역이 수기 건건이 적혀 있었다.

"찾았다..." 나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수첩을 패딩 안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이제 이 장부만 가지고 나가면 내 승리다.

그때, 닫혀 있던 동아리방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다.

어둠 속에서 지훈 선배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우리 하늘이, 밤늦게 여기서 뭐 해?"

에피소드 7: 궁지

영웅이 된 살인마, 뒤바뀐 횡령범.

"지, 지훈 선배..." 나는 뒷걸음질을 치며 굳어버렸다.

그는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 들어와 사무실의 형광등을 탁 켰다.

눈부신 불빛 아래, 그의 손에는 야구 배트가 들려 있었다.

"네가 내 장부를 찾으러 올 줄 알았지. 넌 태경이만큼이나 눈치가 빠르니까."

"선배가... 선배가 태경 형을 죽이고 유라 선배한테 누명을 씌운 거 다 알아요!" 나는 소리쳤다.

"그래서? 그 장부 들고 경찰서라도 가게? 못 갈 텐데."

그가 비릿하게 웃으며 스마트폰 화면을 내게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우리 학보사 공용 계좌의 이체 내역이 띄워져 있었다.

[출금: 5,000,000원. 입금자명: 강하늘]

"뭐, 뭐야 이게... 내가 왜..."

"내가 방금 네 이름으로 학보사 공금을 네 통장으로 쏴줬거든. 넌 이제 횡령범이야."

그는 이미 내 금융 정보까지 다 털어간 상태였다.

"경찰이 오면 넌 돈을 훔치다 나한테 들킨 도둑이 되는 거고, 나는 널 정당방위로 때려잡은 영웅이 되는 거지."

지훈 선배가 야구 배트를 바닥에 질질 끌며 내게 다가왔다.

"태경이도 너처럼 까불다가 그렇게 된 거야. 넌 그냥 얌전히 내 희생양이 되어주면 돼."

내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 완벽한 덫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배트를 높이 치켜드는 순간, 나는 품에 있던 텀블러를 그의 얼굴에 집어 던졌다.

"윽!" 그가 얼굴을 감싸 쥐고 비틀거리는 틈을 타, 나는 전력으로 동아리방을 뛰쳐나왔다.

"거기 안 서!!" 뒤에서 분노에 찬 고함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새벽의 캠퍼스는 적막했고, 나는 횡령범이자 살인 용의자로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에피소드 8: 태경의 안배

데드맨 스위치, 48시간의 카운트다운.

나는 숨을 헐떡이며 캠퍼스 외곽의 버려진 창고에 몸을 숨겼다.

패딩 안주머니에 든 검은색 장부는 무사했지만, 내 상황은 최악이었다.

지훈 선배의 계획대로라면 나는 아침이 밝는 대로 경찰에 지명수배될 것이다.

이대로 꼼짝없이 당할 수만은 없다. 판을 뒤집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나는 태경 선배가 남긴 마지막 기사의 숨겨진 문장을 다시 떠올렸다. '진실은 장부 속에 있다.'

나는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고 훔쳐 온 검은 장부를 미친 듯이 뒤적였다.

숫자와 계좌번호가 빼곡한 페이지를 넘기다, 맨 뒷장 하단에 아주 작게 적힌 메모를 발견했다.

[Dead Man's Switch - D+48. 패스워드: 1987]

"데드맨 스위치...?" 나는 숨을 멈췄다.

태경 선배는 자신이 지훈 선배에게 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48시간 동안 학보사 메인 계정에 접속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폭로 기사가 전교생에게 발송되도록 '예약 메일'을 걸어둔 것이다!

태경 선배가 사망한 시각은 금요일 새벽 2시. 지금은 일요일 새벽 1시 50분.

정확히 10분 뒤면, 48시간의 타이머가 끝나고 태경 선배의 진실이 세상에 터져 나온다.

지훈 선배는 태경 선배의 죽음만 위장했지, 이 예약 메일의 존재는 꿈에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열어 학보사 메일함에 접속을 시도했다.

혹시라도 지훈 선배가 이 시스템을 눈치채고 멈출까 봐 걱정됐지만, 메일함은 여전히 카운트다운을 진행 중이었다.

[발송까지 남은 시간: 00:03:00]

단 3분. 이 3분만 버티면 지훈 선배의 완벽한 성벽은 무너진다.

그때, 창고 밖에서 자갈을 밟는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아, 거기 숨은 거 다 안다. 그만 나와라." 지훈 선배가 나를 찾아냈다.

에피소드 9: 타이머 00:00

울려 퍼지는 진실의 알림음.

창고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지훈 선배가 야구 배트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어딜 그렇게 쥐새끼처럼 숨어 다니나 했더니." 그가 씩씩거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뒤로 물러서며 손목시계를 힐끗 보았다. 발송까지 남은 시간 1분 30초.

"선배, 지금이라도 자수하세요. 다 끝났어요." 나는 시간을 끌기 위해 말을 걸었다.

"끝나? 뭐가 끝나. 그 장부 내놓고 죽은 듯이 지내면 네 목숨은 살려줄게."

그가 배트를 휘두르며 내게 달려드는 순간, 나는 옆으로 구르며 그의 공격을 피했다.

쾅! 배트가 드럼통을 내리치며 요란한 쇳소리가 창고를 울렸다.

그 순간. 징, 지징, 징-! 지훈 선배의 주머니 속 스마트폰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내 스마트폰도, 심지어 멀리 떨어진 기숙사 방향에서도 동시다발적인 알림음이 밤공기를 갈랐다.

타이머가 0이 되었다. 태경 선배의 데드맨 스위치가 작동한 것이다.

뭐, 뭐야 이게..." 지훈 선배가 배트를 내리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전교생의 이메일과 교내 커뮤니티로 전송된 단 하나의 폭로 기사.

[학보사 총무 국장 정지훈의 공금 횡령 및 비리 고발 - 편집장 백태경 작성]

기사 안에는 지훈 선배가 돈을 빼돌린 수법, 그리고 그가 독극물을 검색했던 PC 기록까지 완벽하게 박제되어 있었다.

지훈 선배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이, 이거 태경이 새끼가...!"

"선배가 다 지웠다고 생각했겠지만, 진짜 무기는 서버 깊숙한 곳에 예약되어 있었죠." 나는 숨을 고르며 일어났다.

멀리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유라 선배가 미리 신고를 해둔 경찰들이 도착한 것이다.

"아아아악!" 모든 것이 끝났음을 깨달은 지훈 선배가 배트를 집어 던지며 절규했다.

경찰들이 창고로 들이닥치며 그를 바닥에 눕히고 수갑을 채웠다.

그의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는 그 자리에 무력하게 엎드려 오열했다.

에피소드 10: 엔딩: 펜은 꺾이지 않는다

꺾이지 않는 진실, 새로운 편집장의 탄생.

명성대학교 학보사 연쇄 비리 및 살인 사건. 이 충격적인 사건은 연일 뉴스 1면을 장식했다.

정지훈 선배는 횡령 및 살인 혐의로 구속되었고, 무기징역을 구형받았다.

그를 돕던 학교 고위 관계자들도 줄줄이 옷을 벗거나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자, 학교는 발칵 뒤집혔지만 이내 썩은 상처를 도려내고 안정을 찾아갔다.

사건이 종결되고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계절이 바뀌어 캠퍼스에는 다시 활기가 돌았다.

유라 선배는 억울한 누명을 벗고 무사히 졸업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녀는 태경 선배의 납골당을 찾아가 오랜 시간 눈물을 흘리며 마음의 짐을 덜어냈다.

그리고 나 강하늘은, 2학년이라는 이례적인 나이에 학보사의 새로운 편집장으로 임명되었다.

가을 축제를 앞둔 금요일 오후. 나는 텅 빈 동아리방에서 홀로 원고를 교정하고 있었다.

내가 앉아 있는 이 자리는, 과거 태경 선배가 목숨을 걸고 기사를 쓰던 바로 그 자리다.

책상 한구석에는 그가 평소 즐겨 쓰던 낡은 만년필이 훈장처럼 놓여 있었다.

"편집장님, 이번 1면 기사 초안입니다. 컨펌 부탁드려요." 수습기자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날카롭고 매서운 맛이 부족했다.

"이거 다시 써와. 타협하지 말고 팩트만 명확하게 찌르라고."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수습기자가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네, 알겠습니다!"

문이 닫히고 다시 혼자가 된 나는, 빙긋 웃으며 책상 위의 만년필을 어루만졌다.

선배, 제가 너무 '미친개'처럼 굴고 있는 건 아니겠죠?

하지만 선배가 남긴 그 기사 덕분에, 우리는 진실이 얼마나 무겁고 가치 있는 것인지 배웠습니다.

아무리 잔인한 위협이 다가와도, 진실을 향한 우리의 펜은 결코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워드 프로세서의 빈 화면을 띄우고, 새로운 고발 기사의 첫 문장을 타이핑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