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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ERY #THRILLER

폭우 속의 밀실

에피소드

폭우 속의 밀실 — 작품 소개

고립된 저택, 잠긴 서재 안에서 발견된 회장의 시신.

#미스터리 #추리 · 12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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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폭우 속의 밀실

고립된 저택, 잠긴 서재 안에서 발견된 회장의 시신.

폭우가 쏟아지는 산속의 거대한 저택. 나는 사립 탐정 윤지호다.

이곳의 주인인 진 회장의 의뢰를 받고 이 고립된 저택에 도착한 것은 저녁 7시였다.

의뢰 내용은 단순했다. "오늘 밤, 누군가 내 금고를 노릴 테니 막아주게."

저택에는 진 회장, 장남 진태오, 딸 진서연, 그리고 최 비서실장까지 총 4명이 있었다.

저녁 식사 내내 분위기는 얼음장 같았다. 회장이 내일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밤 10시. 회장은 피곤하다며 3층의 개인 서재로 들어갔고, 문을 굳게 잠갔다.

나는 2층 계단 앞에서 밤을 새우며 서재로 올라가는 유일한 통로를 지키고 있었다.

새벽 1시. 저택의 모든 전기가 갑자기 끊기며 완벽한 암흑이 찾아왔다. '블랙아웃'이었다.

"무슨 일이야!" 1층에서 장남 태오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즉시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고 3층 서재로 뛰어 올라갔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서재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안에서 걸어 잠그는 이중 잠금장치였다.

뒤따라 올라온 최 비서가 예비 열쇠를 가져와 꽂았지만, 안쪽에서 걸쇠가 걸려 있어 열리지 않았다.

"물러서세요!" 나는 어깨로 육중한 나무 문을 수차례 내리찍었다.

쾅! 콰직! 세 번째 시도 끝에 문틀이 부서지며 서재 문이 열렸다.

서재 안은 기괴할 정도로 고요했다. 창문은 모두 안에서 굳게 닫혀 있었다.

내 플래시 불빛이 서재 한가운데를 비췄을 때, 뒤따라오던 딸 서연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아, 아버지!"

진 회장이 가슴에 등산용 칼이 찔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완벽하게 잠긴 밀실 안에서의 살인. 범인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에피소드 2: 탐정의 눈, 독자의 눈

현장에 남겨진 네 개의 결정적인 단서.

산사태로 도로가 끊기고 통신마저 두절되었다. 경찰이 오려면 아침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버지를 죽인 살인마가 우리 중에 있다고?!" 장남 태오가 멱살을 잡듯 내게 소리쳤다.

나는 침착하게 현장을 보존하고 시신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함께 추리해 보길 바란다. 단서는 모두 이 방 안에 있다.

[단서 1: 문의 잠금장치] 서재 문은 안에서 금속 걸쇠(데드볼트)를 밀어 넣어야만 잠기는 구조다.

문을 부수고 들어왔을 때, 걸쇠는 분명히 잠긴 상태로 문틀에 박혀 있었다.

[단서 2: 피해자의 손가락] 진 회장의 오른손 검지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그는 죽어가면서 바닥에 떨어진 '탁상 달력'의 특정 숫자에 피 묻은 지문을 남겼다.

그가 가리킨 숫자는 '11'이었다. 이것은 범인을 가리키는 다잉 메시지가 틀림없다.

[단서 3: 깨진 벽시계] 회장이 쓰러지며 부딪힌 탓인지, 벽시계가 바닥에 떨어져 깨져 있었다.

멈춰버린 시계의 바늘은 정확히 '1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회장의 손목에 채워진 스마트워치의 심박수 정지 기록은 '새벽 1시 5분'이었다.

[단서 4: 젖은 카펫] 시신에서 약 1미터 떨어진 서재 문 앞 카펫이 동그랗게 젖어 있었다.

천장에서는 물이 새지 않았고, 방 안에 엎질러진 물컵도 없었다.

오직 문 바로 밑의 틈새 주변 카펫만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지호 탐정님, 뭘 알아내셨나요?" 최 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 명의 용의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장남 진태오, 딸 진서연, 그리고 최 비서.

"범인은 이 방을 완벽한 밀실로 위장했습니다. 아주 단순한 속임수를 써서요."

자, 독자 여러분. 젖은 카펫과 안에서 잠긴 걸쇠. 트릭의 정답이 보이십니까?

에피소드 3: 알리바이의 맹점

세 용의자의 엇갈리는 증언과 알리바이.

경찰이 올 때까지 범인이 증거를 인멸하지 못하도록, 나는 세 사람을 1층 거실에 모았다.

"사망 추정 시간인 12시 30분부터 정전이 일어난 새벽 1시 사이, 각자 어디에 계셨습니까?"

내가 묻자, 장남 태오가 가장 먼저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난 내 방에서 자고 있었어. 내일 주주총회 때문에 피곤했거든. 증거? 혼자 자는데 증거가 어딨어!"

그는 아버지가 재산을 환원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인물이었다. 도박 빚이 수십억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딸 서연이었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커피잔을 만지작거렸다.

"저는 12시쯤 아빠 서재에 잠시 들렀어요. 따뜻한 허브티를 타다 드렸죠."

"그때 회장님은 살아계셨습니까?" 내가 묻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문 앞에서 차만 드리고 바로 제 방으로 내려와 넷플릭스를 봤어요. 시청 기록을 확인해 보셔도 좋아요."

마지막으로 최 비서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저는 1층 주방에서 내일 아침 식사를 준비할 재료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주방 옆 다용도실의 얼음 제빙기가 고장 나서, 그걸 고치느라 계속 주방에 있었죠."

나는 최 비서의 말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얼음 제빙기?

"세 분 모두 알리바이가 불완전하군요. 마음만 먹으면 서재로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2층 계단을 지키고 있었다. 내 눈을 피해 3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잠깐. 12시쯤 서연이 서재에 올라갔다 내려온 후, 12시 30분에 시계가 깨졌다.

그렇다면 범인은 서연인가? 아니, 회장의 스마트워치는 1시 5분에 심정지를 기록했다.

시계가 깨진 시간과 실제 사망 시간이 다르다. 이것은 범인이 '시간을 조작'했다는 뜻이다.

"당신들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치명적인 거짓말을요."

나는 세 명의 얼굴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살인마의 숨소리가 거실을 맴돌고 있었다.

에피소드 4: 다잉 메시지의 진실

숫자 11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시간 조작 트릭. 나는 벽시계가 12시 30분에 부서진 이유를 추리했다.

범인은 회장을 1시 5분에 살해하고, 미리 시간을 12시 30분으로 맞춰둔 벽시계를 바닥에 던져 깨뜨린 것이다.

사망 시간을 12시 30분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그 시간에 확고한 알리바이가 있는 사람.

바로 12시 30분에 넷플릭스 영화의 한가운데를 시청 중이던 서연의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함일까?

아니면 서연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누군가의 함정일까?

나는 다시 다잉 메시지로 사고의 방향을 돌렸다.

진 회장이 마지막 힘을 다해 달력의 숫자 '11'에 찍은 핏자국.

왜 하필 11이었을까? 11월생? 11번째 알파벳 K?

그때, 나는 탁상 달력의 형태를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달력은 영어로 요일이 적혀 있는 탁상 달력이었다. 숫자 11은 11일을 의미했다.

올해 11일은 무슨 요일이지? 달력의 맨 윗부분을 확인했다.

11일은 화요일(Tuesday)이었다.

11일... 화요일... 화요일의 영어 철자는 T-U-E-S-D-A-Y.

진 회장은 달력의 숫자를 가리킨 게 아니었다. 11일이 속한 '화요일(Tue)'을 가리킨 것이다.

용의자들의 이름을 영어로 써보자. 장남 진태오(Tae-O).

"태오(Tae-O)... 화요일(Tue)... 앞 철자가 같아."

회장은 장남인 태오가 자신을 찔렀다는 것을 남기기 위해 달력의 11일(Tue)에 피를 묻힌 것이다.

나는 확신에 찬 눈으로 태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독자 여러분, 추리 소설에서 이렇게 빨리 풀리는 다잉 메시지가 과연 진실일까요?

내가 태오를 지목하려는 찰나, 저택 2층에서 유리가 깨지는 굉음이 들려왔다.

에피소드 5: 두 번째 비명

깨진 창문과 발견된 의문의 유언장.

쨍그랑-! "꺄아아아악!"

여자의 비명 소리가 저택을 울렸다. 서연의 목소리였다.

나는 즉시 거실 소파를 박차고 일어나 2층 서연의 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태오와 최 비서도 당황한 얼굴로 내 뒤를 따랐다.

서연의 방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방 안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었다.

창문은 깨져 있었고, 서연은 바닥에 주저앉아 덜덜 떨고 있었다.

"서연 씨! 무슨 일입니까!" 내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누, 누군가 창밖에서 돌을 던졌어요... 그리고..."

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바닥에 떨어진 종이 뭉치를 가리켰다.

돌멩이에 묶여 창문으로 날아 들어온 종이. 그것은 '유언장 복사본'이었다.

"이건..." 나는 유언장을 펼쳐 들었다.

유언장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내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 단, 최 비서에게는 10%의 지분을 양도한다.'

"최 비서실장...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내가 매서운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최 비서는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모, 모르는 일입니다! 저는 정말..."

이 유언장대로라면, 회장이 죽었을 때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은 최 비서다.

게다가 이 돌을 던진 사람은 밖에 있다는 건가? 아니면 우리를 교란하기 위한 내부의 소행인가.

나는 깨진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폭우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내 발밑에서 무언가 '바스락' 하고 밟히는 소리가 났다.

유리 조각들 사이에 섞여 있는, 아직 다 녹지 않은 '작은 얼음조각'이었다.

얼음? 이 춥고 비 오는 날씨에, 왜 창가에 얼음이 떨어져 있는 거지?

에피소드 6: 밀실 트릭의 해답

얼음을 이용한 완벽한 밀실 위장 트릭.

서연의 방에서 발견된 얼음조각. 그리고 최 비서가 아까 했던 말.

'주방 옆 다용도실의 얼음 제빙기가 고장 나서 고치고 있었습니다.'

내 머릿속에서 파편화된 단서들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단서 1: 문의 잠금장치], [단서 4: 문 앞의 젖은 카펫], 그리고 [얼음].

"그렇군. 완벽한 밀실 따위는 애초에 없었어." 나는 낮게 중얼거렸다.

나는 모두를 이끌고 다시 3층 진 회장의 서재 문 앞으로 향했다.

부서진 문틀 사이로, 안쪽에서 잠그는 뭉툭한 금속 걸쇠(데드볼트)가 보였다.

"지호 탐정,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태오가 짜증을 냈다.

"잘 보십시오. 범인은 밖으로 나간 뒤, 밖에서 이 안쪽 걸쇠를 잠근 겁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걸쇠 밑에 받쳐놓는 시늉을 했다.

"범인은 문을 닫기 전, 안쪽 걸쇠 밑에 '단단하게 언 얼음기둥'을 비스듬하게 받쳐두었습니다."

"얼음기둥이 걸쇠를 밀어 올리는 형태가 되죠. 그리고 밖에서 문을 닫습니다."

"시간이 지나 방 안의 온기로 얼음이 서서히 녹아내리면 어떻게 될까요?"

"비스듬히 받쳐져 있던 얼음이 미끄러지면서, 걸쇠를 잠금 홈 쪽으로 툭 밀어 넣게 됩니다."

딸깍. 걸쇠가 잠기는 소리를 입으로 내자, 서연과 태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얼음이 완전히 녹아 물이 되면 증거는 사라지고, 문 바로 밑의 카펫만 둥글게 젖게 되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단서 4, '젖은 카펫'의 정체였다.

"얼음을 이용해 밀실을 만들 수 있었던 사람. 그리고 제빙기 핑계로 알리바이를 주장한 사람."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한 사람을 지목했다.

"최 비서실장. 당신이 바로 진 회장을 죽인 밀실 살인마입니다."

에피소드 7: 무너진 알리바이

최 비서의 자백과 밝혀지는 제3의 가능성.

나의 추리에 저택 복도는 숨 막히는 정적에 휩싸였다.

모든 시선이 최 비서실장을 향해 꽂혔다. 그의 이마에는 굵은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탐, 탐정님! 억측입니다! 얼음 하나 썼다고 제가 범인이라뇨!"

"게다가 서연의 방에 얼음을 묶어 유언장을 던진 것도 당신입니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서요."

"아닙니다!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최 비서가 무릎을 꿇으며 발악했다.

"그럼 왜 1시 5분에 전기를 끊었습니까? 회장을 찌르고 어둠 속에서 도망치기 위해서였죠?" 내가 몰아붙였다.

하지만 최 비서는 바닥에 엎드린 채 오열하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제가 한 짓은 밀실을 만든 게 다입니다!"

"...뭐라고요?" 내 미간이 찌푸려졌다. 밀실을 만든 게 다라니?

"저는 회장님을 죽이지 않았어요! 제가 새벽 1시쯤 서재에 들어갔을 때, 회장님은 이미 칼에 찔려 죽어 있었습니다!"

최 비서의 충격적인 자백에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회장님이 돌아가시면 제가 지분을 받는 유언장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살이나 타살로 발견되면 조사가 길어질까 봐 무서웠어요."

"그래서 범인을 잡기 전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회장님이 스스로 문을 잠그고 주무시는 것처럼 위장하려고 얼음 트릭을 쓴 겁니다!"

최 비서의 말은 모순투성이였지만, 그의 두려움에 찬 눈빛은 진짜였다.

그가 살인범이 아니라 그저 '시신을 발견하고 밀실로 위장한 최초 목격자'라면?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만약 최 비서가 1시에 들어갔을 때 이미 죽어 있었다면.

진짜 살인마는 내가 2층 계단에서 망을 보기 전, 초저녁에 이미 서재에 숨어 있었던 사람이다.

나는 12시에 차를 가져갔다던 서연의 증언을 떠올렸다. '아빠는 살아계셨어요.'

"서연 씨." 나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12시에 차를 가져갔을 때, 정말 회장님이 살아계셨습니까?"

서연은 움찔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네, 네! 방 안에서 고맙다고 하셨다고요!"

"거짓말 마십시오. 방 안에는 애초에 당신이 가져간 '찻잔' 따위는 없었으니까요."

에피소드 8: 거짓말쟁이의 얼굴

딸의 거짓말과 사라진 장남 태오.

"찻잔이 없었다니요? 분명히 책상 위에..." 서연이 말을 더듬었다.

"제가 서재를 샅샅이 뒤졌을 때, 책상 위에는 서류와 쓰러진 탁상 달력뿐이었습니다."

"그, 그건 아버지가 다 마시고 어딘가에 치우셨겠죠!"

"그렇다면 왜 방 안에 티백의 향기조차 남아있지 않았을까요? 방 안은 짙은 피 냄새뿐이었습니다."

서연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나는 그녀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서연 씨. 당신은 12시에 서재에 들어간 적이 없습니다."

"당신은 오빠 태오 씨가 다잉 메시지 11(Tue)의 범인으로 지목되기를 바랐죠."

"그래서 거짓 알리바이를 만들고, 태오 씨가 의심받도록 판을 짠 겁니다."

"아니야! 내가 안 죽였어! 내가 왜 아빠를 죽여!" 서연이 소리치며 귀를 틀어막았다.

그녀는 울부짖으며 주저앉았다. "나도 12시에 아빠가 죽은 걸 봤을 뿐이야..."

"뭐라고요?"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12시에 차를 가져가려고 문을 열었어... 근데 아빠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어!"

서연은 덜덜 떨며 자백했다. "오빠가 범인이라고 생각했어. 오빠가 아빠 재산을 독차지할까 봐, 아무 말 안 하고 방으로 도망친 거라고!"

이 저택의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인간들인가.

딸은 아버지가 죽은 걸 보고도 모른 척하고, 비서는 죽은 회장을 이용해 지분을 챙기려 밀실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장남 태오뿐이다.

나는 눈을 돌려 태오가 서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태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태오 씨? 어디 있습니까!"

그때, 1층 거실에서 무거운 것이 바닥에 떨어지는 '쿵' 소리가 들려왔다.

에피소드 9: 반전: 숨겨진 공범

태오의 죽음과 드러나는 제4의 인물.

나와 서연, 최 비서는 황급히 1층 거실로 뛰어 내려갔다.

거실 한가운데, 장남 태오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그의 복부에는 진 회장을 찔렀던 것과 같은 종류의 등산용 칼이 꽂혀 있었다.

"오빠!!" 서연이 비명을 지르며 태오에게 달려갔다.

태오는 숨을 헐떡이며 내 쪽을 향해 피 묻은 손을 뻗었다.

"탐, 탐정... 범, 범인은..." 태오의 입에서 피 거품이 흘러나왔다.

그가 무언가를 말하려던 순간, 그의 고개가 힘없이 툭 떨어졌다. 즉사였다.

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태오가 진범이 아니었다. 누군가 태오의 입을 막기 위해 그를 죽였다.

그렇다면 진짜 범인은 누구란 말인가? 서연? 최 비서?

아니, 두 사람은 방금 전까지 2층에서 나와 함께 있었다. 그들이 1층으로 내려가 태오를 찌를 시간은 없었다.

밀실의 살인마. 유언장 조작. 시간 조작. 그리고 두 번째 살인.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우리와 동떨어진 곳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나는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꺼냈다.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유일하게 쓸 수 있는 오프라인 녹음 기능.

나는 이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하기 위해 스마트폰의 녹음기를 켜두고 있었다.

나는 태오가 죽기 직전, 거실에서 들렸던 미세한 소리를 다시 재생했다.

[치익- 탐정님, 조심하십시오.] 녹음기에서 흘러나온 목소리.

그것은 이 저택에 오기 전, 내게 브리핑을 해주었던 '나의 조수' 김진호의 목소리였다.

"설마..." 나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김진호는 이 저택에 오지 않았다. 그는 도심의 사무실에 남아 내 백업을 맡고 있었다.

아니, 그는 오지 않은 게 아니다. 그는 처음부터 이 저택 '안'에 숨어 있었다.

에피소드 10: 엔딩: 탐정의 실수

완벽하게 설계된 패배, 비극의 끝.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소름 끼치도록 완벽하게 맞춰졌다.

다잉 메시지 '11'. 나는 그것을 요일 '화요일(Tue)'로 해석해 태오(Tae-O)를 의심했다.

하지만 달력의 11이라는 숫자 모양을 그대로 뒤집어 보라. 그것은 'II' (로마자 2) 혹은 한자 '二'가 될 수 있다.

아니다. 회장은 키보드의 특수 기호를 가리킨 것이다. 바로 일시 정지(Pause) 버튼.

아니, 너무 억지스럽다. 나는 내 사고를 멈추고 가장 직관적인 답을 찾았다.

진 회장이 핏자국을 남긴 탁상 달력의 맨 앞장 커버. 거기에는 협력 업체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JH Security]. 바로 내 탐정 사무소의 보안 파트너사, 내 조수 김진호(JH)의 회사였다.

진호는 회장의 전 재산을 노리고, 이 모든 비극을 설계했다.

그는 나를 탐정으로 고용해 이 저택에 끌어들였다. 내가 완벽한 알리바이 증인이자, 헛다리를 짚어줄 꼭두각시가 되도록.

우르릉 쾅! 번개가 치며 거실 통유리창 너머로 누군가의 실루엣이 번쩍였다.

우비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 그의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이 들려 있었다.

김진호였다. 그는 정전(블랙아웃)을 이용해 저택 내부에 잠입했고, 쥐새끼처럼 숨어 다니며 사람들을 죽였다.

최 비서가 만든 얼음 밀실은 우연에 불과했지만, 진호는 그것조차 철저히 이용했다.

"이제 눈치를 챘나 보네요, 선배님." 창문 너머에서 진호의 무전기 음성이 내 스마트폰으로 들려왔다.

"왜 이런 짓을 한 거냐, 진호야!" 내가 소리쳤다.

"선배님은 너무 똑똑하지만, 남을 너무 쉽게 믿어요. 탐정의 가장 큰 실수죠."

진호가 창문 밖에서 소름 끼치게 웃었다. "재산은 제가 잘 관리하겠습니다."

그는 어둠 속으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남겨진 것은 피바다가 된 저택과 나, 그리고 두 용의자뿐이었다.

산사태로 갇힌 이 저택에서 나는 살인마의 완벽한 꼭두각시가 되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내 탐정 배지를 바라보며, 절망 속에서 눈을 감았다. 나의 추리는, 완벽하게 패배했다.

에피소드 11: 고립된 사냥터

도망칠 수 없는 저택, 쫓기는 자들의 반격.

나는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뼈저린 패배감에 휩싸여 있었다.

내가 믿었던 조수 김진호가 모든 것을 계획했고, 나는 철저히 그의 장기말에 불과했다.

창밖으로는 여전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친 듯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잠깐..." 나는 번뜩이는 생각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산사태로 도로는 완전히 끊겼다. 헬기도 뜰 수 없고, 도보로 하산하는 건 자살 행위인 날씨다.

진호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이 폭우 속에서 산을 벗어날 방법은 절대 없다!

그는 아직 이 저택 어딘가에, 혹은 저택을 둘러싼 숲속에 숨어 있다.

"일어나십시오." 나는 공포에 질려 덜덜 떨고 있는 서연과 최 비서를 일으켜 세웠다.

"진호는 아직 이 산에 있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오기 전, 목격자인 우리마저 죽이려 할 겁니다."

"그, 그럼 어떡해요! 무기도 없는 우리는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잖아요!" 서연이 울먹였다.

"아니요. 진호가 위험을 무릅쓰고 떠나지 못한 진짜 이유가 있을 겁니다." 나는 최 비서를 쳐다보았다.

"최 비서님. 회장님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지만, 숨겨둔 '실물 자산'이 따로 있죠?"

최 비서는 움찔하더니, 이내 체념한 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 와인셀러 뒤편에... 회장님의 무기명 채권과 금괴가 보관된 비밀 금고가 있습니다."

진호의 진짜 목적은 그것이다. 서류상의 돈은 묶여있지만, 금괴와 채권은 훔치면 그만이니까.

"우리가 먼저 거기로 갑니다. 사냥꾼을 잡으려면 미끼가 있는 곳에 덫을 놓아야 하니까요."

우리는 거실에 장식된 골프채와 주방의 식칼을 무기로 챙겨 들고 조심스럽게 지하로 향했다.

지하 와인셀러는 축축하고 어두웠다. 최 비서가 와인랙 뒤의 숨겨진 스위치를 누르자 육중한 철문이 나타났다.

그때였다. 우리가 방금 내려온 계단 위에서 물기에 젖은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찰박, 찰박. 탐욕에 눈이 먼 살인마가 남은 사냥감을 처리하기 위해 내려오고 있었다.

에피소드 12: 진정한 체크메이트

사냥꾼을 위한 덫, 그리고 아침의 빛.

어둠 속에서 진호가 젖은 우비를 벗어 던지며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선배님. 금고 위치를 알아낼 줄 알았습니다." 진호가 피 묻은 칼을 빙빙 돌리며 웃었다.

"네가 날 얕본 게 문제지. 넌 절대 이 산을 살아서 내려갈 수 없어." 내가 골프채를 고쳐 쥐며 말했다.

"누가 혼자 내려간다고 했습니까? 세 분을 모두 처리하고, 채권을 챙겨서 내일 구조대와 함께 불쌍한 생존자인 척 내려갈 겁니다."

자신은 밖에서 구조를 요청하러 뛰어다녔다고 거짓말을 할 셈이겠지. 진호의 계획은 악랄했다.

"하지만 넌 하나 간과한 게 있어, 진호야." 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내가 널 조수로 뽑았던 이유는, 네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오만하기' 때문이야."

"오만함은 반드시 실수를 부르지. 넌 아까 내게 무전기로 승리 선언을 하며 조롱했지."

"그 무전 소리 뒤로, 아주 미세하게 '웅-' 하고 와인 냉각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군."

"이 저택에서 냉각기가 돌아가는 곳은 여기, 지하 와인셀러뿐이다."

여유롭던 진호의 표정이 처음으로 딱딱하게 굳어졌다.

"너는 밖으로 도망친 게 아니라 아까부터 이 지하실에 숨어 있었어. 그래서 우리가 내려오자마자 뒤를 밟은 척 연기한 거지!"

"그게 뭐 어쨌다는...!" 내 추리에 당황한 진호가 이성을 잃고 칼을 쥐고 달려드는 순간.

"최 비서님, 지금입니다!" 내 신호와 동시에 숨어있던 최 비서가 금고 옆의 화재용 비상 방화 셔터 레버를 당겼다.

콰앙-! 진호의 머리 위로 육중한 철제 방화 셔터가 굉음을 내며 쏟아져 내렸다.

"크아악!" 진호가 셔터에 어깨가 깔려 칼을 떨어뜨렸고, 나는 즉시 달려들어 그의 팔을 등 뒤로 꺾어 제압했다.

완벽한 타이밍. 진호가 지하실에 은신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내가 미리 짜둔 완벽한 물리적 함정이었다.

셔터 아래에 갇힌 진호는 분노로 짐승처럼 울부짖었지만, 그의 발악은 거기까지였다.

몇 시간 뒤, 거짓말처럼 폭우가 멎고 동이 트기 시작했다. 멀리서 경찰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피 묻은 탐정 배지를 다시 재킷에 달며, 창밖의 맑은 아침 해를 향해 미소 지었다.

추리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