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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DY #SURVIVAL

행운 총량의 법칙

죽음의 문턱을 일곱 번이나 넘나든 나도진, 그의 운을 시험할 마지막 한 방!

에피소드

행운 총량의 법칙 — 작품 소개

죽음의 문턱을 일곱 번이나 넘나든 나도진, 그의 운을 시험할 마지막 한 방!

#코미디 #생존 #나도진 · 10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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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마른하늘에 날벼락

10억 볼트의 섬광이 정수리에 꽂히다.

내 이름은 나도진. 나이 28세, 직업은 평범한 취업 준비생이다.

내 인생의 모토는 '가늘고 길게 살자'이다. 모험은 질색이고, 안전이 제일이다.

오늘도 나는 혹시 모를 자외선에 대비해 선크림을 듬뿍 바르고 편의점 알바를 가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봄날. 미세먼지 수치도 '좋음'. 완벽한 하루였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정수리 위가 왠지 찌릿찌릿했다.

정전기인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분명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었는데, 내 정수리 바로 위에만 시커먼 먹구름이 5cm 크기로 떠 있었다.

어? 저게 뭐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번쩍-!

하늘에서 내려온 10억 볼트짜리 섬광이 내 정수리에 정확히 꽂혔다.

지나가던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나는 그대로 아스팔트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 이렇게 짧게 가는구나.'

의식을 잃은 지 3초 후.

어라? 몸이 가뿐하다. 나는 눈을 껌뻑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으음... 좀 찌릿하네."

내 몸은 멀쩡했다. 화상 입은 곳도 없고, 심장도 정상적으로 뛰고 있었다.

다만, 쫙 달라붙어 있던 내 직모가 미용실에서 10만 원 주고 한 것 같은 완벽한 뽀글뽀글 파마머리로 변해있었을 뿐이다.

지켜보던 시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며 스마트폰으로 나를 찍기 시작했다.

"저기요! 학생 괜찮아요?!" 아주머니 한 분이 다급하게 물었다.

나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대답했다. "네, 뭐. 공짜로 파마한 기분이네요." (생존 1/7)

에피소드 2: 1만 미터 상공의 자유낙하

솜사탕 트럭으로의 완벽한 착지.

번개 맞은 파마머리로 알바를 마친 그 주 주말.

친구가 이벤트에 당첨됐다며 나를 경비행기 체험장으로 끌고 갔다.

"나 안전제일주의라고... 하늘 나는 거 싫어!"

하지만 공짜라는 말에 혹해 결국 나는 낙하산도 없이 경비행기 뒷좌석에 탔다.

경비행기가 1만 미터 상공을 순항하고 있을 때였다. 창밖 풍경은 꽤 아름다웠다.

그런데 갑자기 '털털털' 거리던 프로펠러가 멈추더니, 비행기 안으로 경고등이 켜졌다.

조종사가 패닉에 빠져 문을 열고 낙하산을 멘 채 뛰어내려 버렸다.

"야!! 우리 놔두고 어디 가!!" 친구가 소리치는 순간, 비행기가 심하게 요동쳤다.

그 반동으로, 안전벨트가 풀려있던 내 몸이 열린 문밖으로 튕겨 나갔다.

"으아아아아아아악!"

나는 1만 미터 상공에서 맨몸으로 자유낙하를 시작했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끝이다.

구름을 뚫고 지나가며 내 파마머리가 미친 듯이 휘날렸다.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다.

땅이 점점 가까워졌다. 아스팔트 바닥에 헤딩하기 3초 전.

내 밑을 지나가던 거대한 고속도로 위로, 무언가를 가득 실은 트럭 한 대가 달리고 있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이 무언가에 깊숙이 파묻혔다.

어? 안 아프다. 시멘트 바닥이 아니다. 굉장히 달콤한 냄새가 난다.

띠잉- 띠잉-

내가 떨어진 곳은, 근처 대형 마트 팝업 스토어로 향하던 '초대형 솜사탕 트럭'의 짐칸 한가운데였다.

나는 입에 들어간 핑크색 솜사탕을 우물거리며 중얼거렸다. "달달하네." (생존 2/7)

에피소드 3: 지구의 입속으로

싱크홀과 매트리스 창고의 운명적 만남.

비행기에서 떨어져 솜사탕 범벅이 된 채로 뉴스를 탔지만,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어휴, 내 인생 왜 이렇게 스펙터클해. 당분간은 방콕이다."

하지만 편의점 알바는 가야 했기에, 나는 다시 길을 나섰다.

길을 걷는데 갑자기 발밑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공사 장비가 지나가나? 아니었다. 주변 건물들의 유리가 깨지기 시작했다.

콰가강! 내 발밑의 아스팔트가 V자로 쩍 갈라며 거대한 싱크홀이 생겼다.

"아씨, 또 추락이야?!"

나는 소리칠 틈도 없이 암흑 같은 땅속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이번엔 진짜 죽었다. 땅속 수십 미터로 떨어지는데 살아남을 리가 없지.

사방이 흙투성이가 된 채로 나는 끊임없이 밑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싱크홀의 구조가 묘하게 나선형 미끄럼틀처럼 생겨 있었다.

슈우우웅-! 내 몸은 흙벽을 타고 워터파크 슬라이드처럼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바닥에 도착했을 때.

보잉! 하는 경쾌한 튕김과 함께 나는 무언가 푹신한 곳에 안착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사방은 어두컴컴했지만, 내 엉덩이는 무사했다.

내 손에 만져지는 건 최고급 메모리폼의 감촉.

알고 보니 내가 떨어진 곳은, 대형 가구 백화점의 '지하 3층 매트리스 창고' 한가운데였다.

지반 침하로 천장이 무너졌는데, 하필 내가 그 틈으로 쏙 빠져 매트리스 산 위에 정확히 착지한 것이다.

👍

"오, 허리를 딱 잡아주네. 비싼 건가 봐." (생존 3/7)

에피소드 4: 심해의 불청객

고래의 분수공이 살린 목숨.

세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자, 친구들이 나를 '불사조'라 부르기 시작했다.

"야, 이 정도면 너 액땜 다 한 거야! 기념으로 배낚시나 가자!"

"미쳤냐? 나 물 공포증 있다고!"

하지만 끈질긴 설득 끝에 나는 구명조끼를 세 겹이나 껴입고 작은 낚시배에 올랐다.

망망대해. 파도는 잔잔했고 고기도 잘 잡혔다. 이대로 평화롭게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운명은 평화를 허락하지 않았다. 갑자기 레이더에도 없던 거대한 이상 파도가 밀려왔다.

"야! 꽉 잡아!!"

콰앙! 파도가 배를 강타하며 배가 완전히 뒤집혔다.

나는 세 겹의 구명조끼 덕분에 다행히 물 위로 동동 떠올랐다.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 발밑에서 상어 지느러미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죠스다! 죠스가 나타났다!"

상어가 입을 크게 벌리고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 순간.

내 밑의 바닷물이 갑자기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솟아올랐다.

푸후우우-! 거대한 수염고래 한 마리가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하필 내가 떠 있던 자리가 그 고래의 분수공(숨구멍) 바로 위였다.

고래가 코를 풀듯 강력한 물기둥을 내뿜었다.

"푸와아아악!" 내 몸은 그 압도적인 수압에 밀려 공중으로 30미터나 솟구쳐 날아갔다.

상어의 턱을 완벽하게 피한 나는,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을 날아 지나가던 해경 경비정의 갑판 위에 찰푸닥 떨어졌다.

푸와아아악!

해경들이 경악하며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미역을 머리에 쓴 채 거수경례를 했다. "신고합니다." (생존 4/7)

에피소드 5: 브레이크 고장 난 트럭

바나나 껍질이 구한 기적.

바다에서 구조된 후, 나는 결심했다. '이제 절대 바깥으로 나돌아다니지 않겠다.'

하지만 배가 고팠다. 편의점 도시락이라도 사 먹기 위해 슬리퍼를 질끌 끌고 집 앞을 나섰다.

우리 동네는 언덕길이 많은 곳이다.

이어폰을 꽂고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참이었다.

그때, 언덕 저 위에서 15톤 트럭 한 대가 경적을 미친 듯이 울리며 무서운 속도로 내려오고 있었다.

"빵- 빵빵빵-!!"

이어폰을 낀 나는 뒤늦게 트럭을 발견했다. 트럭과 나의 거리는 불과 2미터.

피할 틈이 없었다. 시속 80km로 달려오는 트럭 범퍼가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진짜 이번엔 뼈도 못 추리겠다.'

나는 체념하고 눈을 감았다. 그런데 그 순간.

내 오른쪽 슬리퍼가, 누군가 버리고 간 바나나 껍질을 정확히 밟았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완벽한 마찰계수 제로의 미끄러짐.

"우왓!"

내 몸이 90도로 꺾이며 허공으로 번쩍 들렸고, 나는 그대로 바닥에 벌러덩 자빠졌다.

슈우우웅-!! 내가 자빠지자마자 트럭이 내 콧잔등을 스치듯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우와앗!

트럭이 일으킨 돌풍에 내 파마머리가 세차게 날렸다.

트럭은 그대로 직진해 공터의 흙더미에 처박혀 멈춰 섰다.

나는 바나나 껍질을 밟고 대자로 누운 채 깜빡깜빡 눈을 떴다.

"이게 만화야, 현실이야..." 나는 길바닥에 누운 채로 바나나 껍질을 향해 경건하게 두 손을 모아 합장했다. (생존 5/7)

에피소드 6: 도심 속 강철 비

철근 텐트 속의 안전지대.

다섯 번을 죽다 살아나자, 나는 무언가 내 인생에 범상치 않은 기운이 깃들었음을 깨달았다.

"하늘이 나를 보호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나는 쓸데없는 자신감이 생겨, 평소엔 가지도 않던 공사장 옆 인도를 당당하게 걷고 있었다.

내 머리 위로는 50층짜리 고층 빌딩 공사가 한창이었다.

타워크레인이 수십 개의 거대한 철근 다발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연결 고리가 부실했는지,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철근 다발을 묶고 있던 와이어가 끊어졌다.

수십 개의 무거운 강철 빔이 내가 서 있는 인도 쪽을 향해 비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콰가강! 쾅! 쾅!

이번엔 피할 공간조차 없었다. 사방이 강철의 빗줄기로 덮였다.

주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고, 나는 그 자리에서 머리를 감싸 쥐고 쪼그려 앉았다.

콰가강! 쾅! 쾅! 고막을 찢는 금속의 파열음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적이 흐르고, 사람들이 내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아이고, 저 사람 어떡해!"

바람이 불어 흙먼지가 걷혔을 때, 사람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내 머리 위로 떨어지던 4개의 철근 빔이, 절묘하게 서로 부딪히며 땅에 박혔다.

그 모양은 흡사 완벽한 삼각뿔 형태의 '강철 인디언 텐트' 같았다.

나는 그 철근들이 만들어준 완벽한 안전지대 정중앙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어... 제가 캠핑을 좀 좋아하긴 하는데."

강철 텐트

나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얼굴로 강철 텐트 사이를 비집고 걸어 나왔다. (생존 6/7)

에피소드 7: 날아가는 사나이

토네이도를 타고 에어바운스로.

이제 웬만한 사고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강심장이 되었다.

어느 날, 나는 동네 뒷산으로 가벼운 등산을 갔다. 안전을 위해 헬멧까지 썼다.

정상에 다다랐을 무렵, 기상청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은 국지성 이상 기후가 발생했다.

먹구름이 모이더니,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토네이도'가 형성된 것이다.

나무가 뽑히고 바위가 날아다녔다.

나는 산장 기둥을 부여잡고 버텼지만, 자연의 힘 앞에서는 무력했다.

슈우우웅-! 회오리바람이 나를 기둥 채로 뜯어내어 하늘로 빨아들였다.

"으아아아! 또 하늘이냐!!"

나는 돌과 나뭇가지들과 함께 토네이도 속을 뱅글뱅글 돌며 도심 쪽으로 날아갔다.

마치 세탁기 탈수기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속이 울렁거렸다.

바람이 점점 잦아들더니, 토네이도는 어느 동네 아파트 단지 위에서 소멸해 버렸다.

추진력을 잃은 내 몸은 아파트 단지 놀이터를 향해 곤두박질쳤다.

'그래, 이번엔 진짜 바닥이다. 여기까지 버틴 것도 대단했어.'

내가 체념하며 눈을 감은 순간.

포앙-! 보잉! 뽀용!

내가 떨어진 곳은 동네 아파트 부녀회에서 어린이날 기념으로 대여해 놓은 '초대형 에어바운스'의 정중앙 미끄럼틀이었다.

내 몸은 에어바운스의 엄청난 탄성력에 의해 세 번 정도 통통통 튕겨 올랐다.

보잉! 뽀용!

통통통

나는 무사히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구경하던 꼬마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안녕, 얘들아?" (생존 7/7)

에피소드 8: 행운 총량의 법칙

우주의 기운이 로또를 향하다.

일곱 번째 생존. 에어바운스에서 내려오며 내 머릿속에 번쩍하고 스치는 깨달음이 있었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과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벼락을 맞고, 비행기에서 떨어지고, 싱크홀에 빠지고, 고래가 뿜어주고, 바나나 껍질에 미끄러지고, 강철 비를 피하고, 토네이도를 탔다.

이 확률은 벼락을 일곱 번 맞을 확률보다 낮을 것이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숫자 7. 서양에서는 럭키 세븐이라 부르는 궁극의 행운 숫자!

우주의 기운이 나를 보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에게 엄청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이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차례가 온 것이다.

그 보상은 바로, '로또 1등'.

나는 즉시 집으로 달려와 스마트폰으로 역대 로또 당첨 번호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니다, 나에게 분석 따위는 필요 없다. 내 손끝에 닿는 모든 것이 행운일 테니까.

나를 스쳐 간 죽음의 숫자들을 조합해 보자.

벼락을 맞은 날은 4일, 1만 미터 상공 낙하, 싱크홀 지하 3층...

"완벽해. 우주가 내게 점지해 준 번호야."

나는 수첩에 여섯 개의 숫자를 또박또박 적어 내려갔다.

이 로또를 사면, 당첨금 수십억은 무조건 내 차지다.

그 돈으로 안전한 벙커를 짓고 평생 편안하고 가늘고 길게 살리라.

내 가슴속에서 일확천금을 향한 강렬한 욕망이 타올랐다.

타오른다!

자, 운명을 바꾸러 갈 시간이다. 복권방으로 출동!

에피소드 9: 진인사대천명

복권방으로 향하는 경건한 발걸음.

복권방으로 향하는 길. 나는 길가에 떨어진 쓰레기 3개를 주워 휴지통에 넣었다.

'하늘이시여, 저의 이 작은 선행을 굽어살피소서.'

지나가던 길고양이에게 참치캔도 하나 상납했다. 모든 덕을 쌓아 당첨 확률을 소수점 끝자리까지 올리기 위함이다.

동네에서 가장 기운이 좋다는 명당 복권방에 도착했다.

"아주머니, 여기 수동으로 한 장 주십쇼."

나는 내가 분석한 여섯 개의 운명적인 숫자를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꾹꾹 눌러 칠했다.

로또 용지가 지이잉- 소리를 내며 인쇄되어 나왔다.

벅벅 긁어보았다.

'꽝'. 뭐, 상관없다. 이런 푼돈에 내 엄청난 행운을 낭비할 순 없지.

모든 행운의 기운은 오직 이번 주 토요일, 로또 1등에 몰빵되어 있을 것이다.

토요일 오후 8시. 나는 책상 위에 로또 용지를 고이 올려두었다.

경건함을 더하기 위해 촛불도 두 개 켜고, 목에는 마늘 목걸이도 걸었다. (액운 방지용이다)

TV를 켜고 추첨 방송 채널을 맞췄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엠씨가 인사를 했다.

일곱 번의 죽음을 넘어선 자에게!

"자, 이번 주 행운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요! 첫 번째 공, 내려옵니다!"

추첨 기계 안에서 공들이 미친 듯이 튀어 오르고 있었다.

나는 두 손을 꽉 쥐고 눈을 부릅떴다.

"나와라! 내 번호! 우주의 기운이여!!"

첫 번째 공이 툭 떨어졌다. 내 운명을 결정할 첫 숫자였다.

에피소드 10: 하하하...

운수 좋은 날의 허무한 결말.

"첫 번째 번호, 12번!"

어? 내 번호는 4번인데.

'뭐, 그럴 수 있어. 순서는 상관없으니까. 아직 5개나 남았어.'

"두 번째 번호, 19번!"

아니, 19도 안 썼는데. 내 종이에는 18번이 적혀 있었다. 한 끗 차이다.

X

"세 번째 번호, 27번! 네 번째, 33번!"

연속으로 빗나간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잠깐, 우주의 기운이 설마 나를 배신하는 건가? 내가 일곱 번이나 살아남았는데?'

"다섯 번째, 41번! 그리고 마지막 여섯 번째 번호는... 45번입니다!"

방송이 끝났다. 보너스 번호마저 내 용지에는 없는 숫자였다.

결과: 6개 숫자 중 단 한 개도 맞지 않음. 깔끔한 '올 꽝'.

나는 로또 용지와 TV 화면을 번갈아 보았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일곱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쌓아 올린 나의 서사.

번개를 견디고, 1만 미터 상공을 날고, 토네이도를 이겨낸 그 엄청난 대자연의 스펙터클이...

고작 숫자 하나 못 맞추는 똥손으로 귀결되다니.

우주가 나를 살려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냥 명이 길어서.

나는 책상 위에 놓인 촛불을 후 불어 끄고, 허공을 향해 실없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 하하하하... 내일 알바나 가야겠다..."

운수 좋은 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