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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CE #COMEDY

고백 배달 사고

에피소드

고백 배달 사고 — 작품 소개

핑크색 편지가 전해진 곳은 차가운 북극곰의 책상이었다.

#로맨스 #코미디 · 10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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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고백 배달 사고

핑크색 편지가 전해진 곳은 차가운 북극곰의 책상이었다.

봄바람이 살랑이는 명성대학교 캠퍼스. 2학년 정바름(나)의 심장도 봄바람처럼 미친 듯이 나대고 있었다.

내 손에는 밤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해 너덜너덜해진 핑크색 편지 봉투가 쥐어져 있었다.

"오늘이야말로, 교양 수업 훈남 선배에게 내 마음을 전하겠어!"

나는 교양 수업 강의실 문 앞에서, 목표물인 훈남 선배의 자리를 매의 눈으로 스캔했다.

맨 뒷자리 창가. 검은색 후드티를 푹 눌러쓰고 엎드려 자는 넓은 어깨. 틀림없다!

나는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가, 그의 책상 위에 핑크색 편지와 딸기 우유를 올려두었다.

그리고 미련 없이 뒤돌아 전력 질주로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내 인생 첫 고백이었다!

하지만 다음 날 교양 시간. 내 심장은 설렘이 아니라 공포로 요동치고 있었다.

강의실 맨 앞자리, 어제 내가 편지를 두었던 '검은 후드'의 주인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검은 후드의 주인이 훈남 선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기계공학과 3학년 차은결. 일명 명성대 '북극곰'.

잘생기긴 더럽게 잘생겼는데, 성격이 영하 30도라 주변에 아무도 안 다가가는 얼음장치 철벽남이었다.

차은결이 내 핑크색 편지 봉투를 두 손가락으로 집어 들고, 내 자리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내 눈동자는 지진이 난 것처럼 사정없이 흔들렸다. '아니야, 오지 마! 그거 네 거 아니라고!'

"정바름." 그의 저음이 내 고막에 꽂혔다.

강의실의 모든 시선이 우리에게 쏠렸다.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만 뻐끔거렸다.

"네 마음은 잘 알겠는데."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편지를 내 책상 위에 툭 떨어뜨렸다.

"난 너처럼 시끄러운 타입, 딱 질색이야. 고백은 거절할게."

강의실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 나 정바름, 캠퍼스 공식 철벽남에게 공개 차임을 당했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한테!!!

에피소드 2: 차였는데 억울합니다

착각하지 마세요, 선배 안 좋아하거든요?!

차은결은 내게 공개 망신을 주고는 유유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내 영혼은 이미 명왕성쯤으로 날아가고 없었다. 내 핑크빛 로맨스가 이렇게 박살 나다니.

강의가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교수님이 나가시자마자, 나는 벌떡 일어났다.

이대로 억울하게 차일 수는 없다. 아니, 차인 건 둘째치고 내 소중한 첫사랑의 방향이 왜곡됐잖아!

나는 쿵쿵거리는 발걸음으로 강의실을 나서는 차은결의 앞을 가로막았다.

"저기요, 선배!" 내가 비장하게 외치자, 은결이 성가시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아까 거절했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 말하면 못 알아듣나?"

"아니, 그게 아니라요! 저 선배 안 좋아하거든요?!"

내 억울함이 담긴 샤우팅에 지나가던 학생들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은결의 찌푸려진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0.1mm 정도 펴졌다. "뭐?"

"그 편지, 배달 사고라고요! 선배 주려고 한 거 아니에요! 착각하지 마세요!"

나는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후, 이제 살 것 같다.

이제 민망해하는 건 차은결의 몫이겠지. 나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차은결의 표정은 민망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무언가 언좎은 듯했다.

그가 내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다 복도 벽에 등이 닿았다.

"내가 아니라면." 그가 내 눈을 빤히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럼 누굴 주려고 했던 건데?"

어? 전개가 왜 이러지? 왜 네가 취조를 하는 건데?

그리고 왜 네 귀끝이 아주 미세하게 붉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데?

나는 완전히 말려들었다는 사실을 직감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에피소드 3: 이 남자의 이상한 승부욕

앞자리가 잘 보인다는 핑계로 내 옆자리에 앉다.

"누굴 주려고 했는지가 왜 궁금한데요?!" 내가 발끈하며 되물었다.

차은결은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시선을 살짝 피했다.

"궁금한 게 아니라, 네가 나한테 차인 걸 수습하려고 거짓말하는 건 아닌지 확인하는 거다."

와, 이 선배 자기애 장난 아니네. 나는 기가 차서 헛웃음을 흘렸다.

"저기요, 북극곰... 아니, 차은결 선배. 제 눈이 아무리 삐었어도 선배 같은 얼음 덩어리는 제 취향 아니거든요?"

내 팩트 폭력에 차은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타격감이 꽤 좋은데?

"내 취향은 다정하고, 웃는 모습이 예쁘고, 고양이 상인 귀여운 남자라고요!"

나는 내가 짝사랑하는 훈남 선배의 특징을 줄줄 읊었다.

차은결은 내 말을 묵묵히 듣더니, 갑자기 자신의 얼굴을 쓱 쓸어내렸다.

"다정하고... 고양이 상..." 그가 알 수 없는 중얼거림을 내뱉었다.

"아무튼! 오해 풀었으니 전 이만 가볼게요!" 나는 꾸벅 인사를 하고 뒤돌아섰다.

그렇게 우리의 짧고 굵은 악연은 끝난 줄 알았다.

다음 날, 교양 수업 시간. 나는 어김없이 훈남 선배를 힐끔거리며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내 옆자리에 누군가 '쿵' 하고 가방을 내려놓았다.

은은한 비누 향. 고개를 돌려보니 차은결이 앉아 있었다.

"서, 선배가 왜 여기 앉아요? 원래 맨 뒷자리 지정석이잖아요!"

시스템 오류: 차은결이(가) 내 옆자리에 착석했습니다.

차은결은 두꺼운 전공 책을 펼치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앞자리가 칠판이 잘 보여서. 왜, 불만 있나?"

불만이 없는 게 아니라, 너무 어색해서 미칠 것 같다고요!

에피소드 4: 도서관의 조별과제

주변은 흐려지고, 선배의 손길은 선명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더니, 내 하늘은 나를 버린 게 틀림없다.

교수님이 발표하신 조별과제 조 편성. 내 이름 바로 옆에는 '차은결'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우리는 자료 조사를 위해 중앙도서관 열람실에 마주 보고 앉았다.

"자료는 내가 다 찾을 테니까, 넌 오타나 확인해."

은결은 노트북을 열자마자 숨 막히는 아우라를 뿜어내며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나는 턱을 괸 채 불만 가득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선배, 아무리 제가 못 미더워도 조별과제인데 같이 해야죠."

"네가 그 다정하고 고양이 상인 남자 쳐다보느라 딴짓할까 봐 그런다."

어라? 지금 이 선배, 비꼬는 건가?

나는 발끈해서 책상 밑으로 그의 정강이를 살짝 찼다.

"아얏!" 내가 찼는데 왜 내 발가락이 아픈 거지? 이 선배 뼈는 무쇠로 만들어졌나.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화가 난 줄 알았는데, 도서관의 옅은 조명 아래서 본 그의 얼굴은 유난히 부드러워 보였다.

"정바름." 그가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네, 넵." 나도 모르게 긴장해서 대답했다.

"너... 얼굴에 볼펜 자국 묻었다."

그가 손을 뻗어 내 뺨을 쓱 문질렀다. 그의 차가운 손끝이 피부에 닿자 전류가 흐른 듯 깜짝 놀랐다.

"아, 알아요! 제가 묻힌 거예요! 패션입니다!" 나는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차은결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픽 하고 올라갔다.

뭐지? 북극곰이 방금 웃은 건가? 내 심장이 미친 듯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에피소드 5: 술주정은 흑역사를 싣고

네 얼굴이 내 복지다!!!!

조별과제를 무사히(사실상 차은결이 다 한 거지만) 마치고, 뒷풀이 겸 학과 술자리에 참석했다.

도서관에서의 그 묘한 설렘은 개나 주자. 나는 오늘 내 짝사랑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내 훈남 선배가 다른 여자친구와 다정하게 캠퍼스를 걷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크으, 이 슬픔은 알코올로 소독해야 해!"

나는 눈앞에 보이는 과일 소주를 물 마시듯 벌컥벌컥 들이켰다.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조명도 두 개, 사람도 두 개.

"야 정바름, 너 취했어. 그만 마셔." 누군가 내 손에 들린 잔을 빼앗았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보이는 뾰족한 눈매, 높은 코. 차은결이었다.

"이거 놔아... 차은결 넌 내 마음 몰라! 내가 얼마나 비참한지 알아?!"

나는 테이블에 엎드려 엉엉 우는 시늉을 했다.

은결은 한숨을 푹 쉬더니, 내 가방을 챙겨 들고 나를 일으켜 세웠다. "일어나. 집에 데려다줄 테니까."

비틀거리며 술집 밖으로 나온 나는 시원한 밤공기에 조금 정신이 들... 지 않았다. 여전히 취해있었다.

나는 가로등을 부여잡고 차은결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너! 내가 편지 잘못 줬다고 무시했지! 너 그렇게 잘생겼으면 다야?!"

내 폭탄 발언에 은결의 눈이 커졌다.

"나, 잘생겼다고 한 적 없는데." 그가 당황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아니야! 넌 진짜 재수 없게 잘생겼어! 특히 그 무표정할 때 턱선!"

"차은결! 네 얼굴이 내 복지다!!!!"

나는 캠퍼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고는, 그대로 그의 품으로 풀썩 쓰러져 기절했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나는 분명 이불을 발로 차다 못해 찢어버릴 것이다.

에피소드 6: 왜 자꾸 눈앞에 나타나?

해장해라, 복지 제공자.

짹짹. 상쾌한 아침 햇살이 내 눈을 찔렀다.

눈을 뜨자마자 어젯밤의 기억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네 얼굴이 내 복지다!!!!'

"아아아아아악!" 나는 침대에서 미친 듯이 몸부림을 쳤다. 차라리 기억상실증에 걸렸으면 좋겠어!

이제 학교에서 차은결을 무슨 낯으로 보지? 아니, 아예 자퇴를 할까?

하지만 비싼 등록금이 나를 학교로 이끌었다. 나는 최대한 고개를 푹 숙이고 전공 강의실로 향했다.

그런데, 내 자리에 익숙한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핑크색 딸기 우유 하나와 쪽지.

'해장해라. 복지 제공자.'

차은결이 쓴 게 틀림없었다. 나는 얼굴이 토마토처럼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강의실 맨 뒷자리에서 차은결이 노트북을 보며 앉아 있었다.

내가 쳐다보는 걸 느꼈는지, 그가 시선을 돌려 나와 눈을 맞췄다.

평온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그의 귀끝은 어제 내가 마신 과일 소주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뭐야, 자기가 줘놓고 자기가 부끄러워하는 거야?'

철벽남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타격감이 좋은 타입인가?

나는 쪽지를 챙겨 내 자리에 앉으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차은결만 보면 숨이 턱턱 막혔는데, 지금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간질거렸다.

수업이 끝나고, 차은결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어, 선배. 딸기 우유 고마워요." 내가 쭈뼛거리며 인사하자, 그가 무심하게 툭 내뱉었다.

"밥 먹자. 술기운 덜 깼을 텐데, 밥은 먹어야지."

어라? 차은결이 나한테 밥을 먹자고? 이거 썸인가? 아니면 빚 갚으라는 협박인가?

에피소드 7: 질투라는 이름의 코미디

이글거리는 북극곰의 질투.

차은결과 밥을 먹으러 학식에 온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북극곰이 여자 후배랑 단둘이 밥을 먹는다는 소식에, 학식 안의 모든 시선이 우리 테이블로 쏠렸다.

나는 돈가스를 썰며 애써 시선을 피했다. "저기, 선배.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데요."

"신경 쓰지 마. 밥이나 먹어." 은결은 내 접시에 자기가 썰어둔 돈가스를 툭 얹어주었다.

뭐지 이 다정함은? 오류가 단단히 났거나 나를 사육하려는 게 틀림없다.

그때, 복학생 진우 선배가 식판을 들고 다가왔다. "오, 정바름! 밥 먹냐? 오빠가 옆에 앉아도 되지?"

진우 선배는 평소 나에게 치근덕거리기로 유명한 눈치 없는 선배였다.

그 순간, 맞은편에 앉은 차은결의 포크가 식판을 '깡' 하고 강하게 내리찍었다.

진우 선배가 흠칫 놀라며 멈칫했다. "어... 차은결도 있었네?"

은결은 얼음장 같은 눈빛으로 진우 선배를 쏘아보았다.

"자리 많은데 굳이 여기 앉으시려고요? 저희 둘이 할 얘기가 있어서요."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의 눈동자는 맹수처럼 살기를 띠고 있었다.

"아,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 바름아!" 진우 선배는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나는 멍하니 은결을 쳐다보았다. "선배, 방금 완전 질투하는 것 같았어요."

내 농담에 은결이 사레들린 듯 헛기침을 연신 해댔다.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개졌다.

'헐, 진짜 질투한 거야?! 대박 사건!'

"질, 질투는 무슨. 밥 먹는데 방해받기 싫었을 뿐이야." 그가 시선을 허공으로 돌리며 변명했다.

귀끝부터 목덜미까지 붉어진 북극곰이라니. 너무 귀엽잖아!

나는 돈가스를 우물거리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어장관리 당하는 물고기가 된 줄 알았는데, 내가 어부였네!

에피소드 8: 어쩌다 보니 데이트

영화관의 어둠 속, 닿은 손끝.

돈가스 사건 이후, 우리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은결에게서 뜬금없는 카톡이 왔다.

[영화 티켓 2장 생겼는데. 볼 사람 없으면 버리든가.]

'버리든가'라는 말 속에 숨겨진 '너랑 보고 싶다'는 절박함이 훤히 보였다.

나는 픽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버릴 거면 저 주세요. 내일 오후 2시에 영화관 앞에서 봐요.]

다음 날, 나는 옷장을 세 번이나 뒤엎고 나서야 가장 예쁜 원피스를 입고 집을 나섰다.

영화관 앞에 도착하니, 늘 입던 검은 후드가 아닌 깔끔한 셔츠를 입은 은결이 서 있었다.

진짜 미치게 잘생겼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다가갔다.

"일찍 왔네요?" 내 인사에 은결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의 동공이 살짝 커지더니, 이내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어, 방금 왔어."

우리가 볼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였다. 평소 은결이라면 기겁할 장르였다.

영화가 시작되고, 로맨틱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남녀 주인공이 손을 잡는 장면이 나오자, 나는 무심코 팝콘 통으로 손을 뻗었다.

단순히 은결의 손도 팝콘 통으로 향했다.

어둠 속에서 우리의 손끝이 스쳤다.

나는 화들짝 놀라 손을 빼려 했지만, 은결의 큰 손이 내 손을 부드럽게 덮었다.

내 심장이 팝콘 기계처럼 펑펑 터질 것 같이 요동쳤다.

어두운 영화관 안, 그의 온기가 내 손등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는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내 손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영화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완벽한 첫 데이트였다.

에피소드 9: 진짜 고백은 타이밍

가로등 아래, 진짜 고백.

영화가 끝나고 우리는 캠퍼스 근처의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여름밤의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고, 우리의 손은 여전히 어색하게 떨어져 있었다.

은결은 아까 잡았던 손이 부끄러운지 연신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영화, 재미없었죠? 선배 취향 아닐 텐데." 내가 어색한 침묵을 깼다.

은결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아니, 재밌었어."

노란 가로등 불빛 아래 비친 그의 눈동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정했다.

"정바름." 그가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네, 네." 나는 마른입술을 축였다.

"처음에 네가 편지 잘못 줬다고 했을 때, 솔직히 기분 더러웠어."

어라, 타이밍이 이상한데. 왜 갑자기 옛날 얘기를 꺼내지?

"근데 생각해 보니까, 네가 그 자식 안 좋아하고 나한테 편지를 줬다는 상상을 하니까..."

그가 깊은숨을 내쉬었다. "기분이 꽤 좋더라고."

내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튀어 올랐다.

"네가 술 취해서 내 얼굴이 복지라고 소리쳤을 땐, 진짜 미치는 줄 알았어."

"아, 아하하... 그건 제 흑역사니까 제발 잊어..."

"안 잊어." 그가 단호하게 내 말을 끊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에 한쪽 무릎을 살짝 굽히고 눈높이를 맞췄다.

"그때 네가 했던 엉터리 고백, 이제 내가 제대로 돌려줄게."

"좋아해, 정바름. 진짜로."

수많은 별이 쏟아지는 듯한 착각 속에서, 나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환하게 웃었다.

에피소드 10: 엔딩: 대환장 캠퍼스 커플

우리의 로맨스는 내일도 맑음!

"나도 좋아해요, 선배."

내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은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북극곰의 품은 생각보다 훨씬 따뜻하고 포근했다.

그렇게 우리의 대환장 캠퍼스 연애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다음 날 학교. 우리가 손을 잡고 나타나자 캠퍼스는 발칵 뒤집혔다.

"미친, 차은결이 정바름이랑 사귄다고?! 그 철벽남이?!"

동기들의 경악 어린 시선 속에서,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위풍당당하게 걸었다.

하지만 남들이 모르는 진실이 하나 있었다.

"바름아, 너 방금 그 남자 선배한테 왜 웃어줬어?"

도서관 구석, 은결이 내 볼을 살짝 꼬집으며 투덜거렸다.

겉보기엔 여전히 차가운 얼음장치 철벽남이지만, 내 앞에서는 완전 '질투쟁이 대형견'이 되어버렸다는 사실!

"아니, 그냥 인사한 건데요? 은결 선배, 또 질투해요?"

내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의 코끝을 톡 치자,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질, 질투 아니야. 그냥 네가 너무 헤프게 웃고 다니니까 걱정돼서 그러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는 내 손을 절대 놓지 않았다.

오해로 시작된 편지 한 장이, 내 인생에서 가장 완벽한 정답으로 돌아왔다.

"은결 선배, 나 진짜 선배한테 반했나 봐요."

"알아. 네 복지가 내 얼굴이잖아." 그가 피식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말이지, 킹받지만 반박할 수 없는 완벽한 내 남친이다.

우리의 대환장 코미디 로맨스는, 내일도 맑음이다!